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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남에 '차없는 거리' 만든다" 발표…강남구 "현실성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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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018 서울 차 없는 날'을 맞아 서울시가 설치한 홍보 조형물. [뉴스1]

지난해 '2018 서울 차 없는 날'을 맞아 서울시가 설치한 홍보 조형물. [뉴스1]

서울시가 '차없는 거리'를 도심 곳곳에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강남구에는 강남대로나 삼성동 코엑스 중 한 곳을, 종로구에는 대학로 일부 구간을 차없는 거리로 만든다.

서울시 '2019 차없는 거리' 계획 발표 #"강남대로·코엑스 중 1곳 보행중심거리 만든다" #강남구 "구청과 한마디 상의 없었다" 당황 #시의원 "강남은 비즈니스지역. 차량통제 불가"

3일 서울시는 '2019 차없는 거리' 운영 계획을 발표하며, 기존 세종대로와 청계천로·덕수궁길 외에 대학로와 강남에도 보행 위주의 산책 거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서울시 계획에 따르면, 강남구에는 강남대로와 삼성동 코엑스 중 한 곳에 차없는 거리를 조성한다. 경찰청과 막판 조율 중이다. 10월 한달 간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정례적으로 차없는 거리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의 발표에 강남구 측은 "금시초문"이라며 반발했다. 구청 관계자는 "두 곳 모두 버스 노선이 많고 차량 통행량이 많아 정체가 심하다"면서 "이곳에 차량을 막고 보행 중심 거리로 만드는 게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고 반문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미 2013~2014년에 강남대로를 차없는 거리로 만들자는 얘기가 한차례 논의된 바 있다"며 "이때도 시민들에게 과도한 불편을 주는 일로 현실성 없다고 판단해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같이 중요한 사안을 구청과 한마디 상의없이 발표하는 건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석주 서울시의원(자유한국당)도 "황당한 계획"이라며 반대했다. 이 의원은 "덕수궁이나 청계천은 구도심의 관광자원이라 차없는 거리를 만드는 게 타당하나, 강남은 업무 비즈니스 지역으로 교통의 요충지"라면서 "이곳에 차량을 막아 보행 중심 거리를 만든다는 건 국가 동력을 막겠다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특히 코엑스에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광역 교통 환승센터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이 의원은 "서울시가 이곳을 국제교류업무지구로 지정해놓고, 교통을 막아 '차없는 거리'로 만들겠다는 것은 자신의 계획을 스스로 부인한 꼴"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태주 서울시 보행정책과장은 "현재 시경과 협의 중인 단계로, 차없는 거리 조성 구간이 정확히 정해진 뒤에 해당 구청과 지역 주민을 만나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청측은 "강남대로는 광역버스와 시내버스 등 노선이 많이 지나고 있어 '차없는 거리'로 조성하기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대로의 모습. [연합뉴스]

강남구청측은 "강남대로는 광역버스와 시내버스 등 노선이 많이 지나고 있어 '차없는 거리'로 조성하기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대로의 모습. [연합뉴스]

대학로에도 차없는 거리가 추가된다. 서울시는 6월부터 종로5가 사거리~혜화동 로터리 800m 구간을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차 없는 거리로 만들 계획이다. 이곳 역시 경찰청과 조율 중이다.

기존 차없는 거리에는 시민들의 즐길거리를 늘린다. 세종대로는 이달 7일부터 10월 27일까지 차없는 거리로 운영한다.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까지 광화문 삼거리→세종대로 사거리 550m 차량이 통제된다.

7일에는 세종대로에서 남원춘향제가 열린다.7~8월에는 물총축제나 야간 도시캠핑 등 이벤트를 마련한다.

청계천로(청계광장~삼일교)는 토요일 오후 2시~일요일 오후 10시, 공휴일 오전10시~오후 10시, 덕수궁길(대한문~원형분수대)은 평일 오전 11시~오후 2시,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차량이 통제되고 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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