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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명품 안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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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일본인들이 드디어 명품에 질려버린 모양이다.

일본의 조사기관 야노리서치에 따르면 1996년 1백60억달러에 달하던 일본 내 명품 판매액이 지난해 1백8억달러로 30% 이상 줄어들었다고 뉴욕 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올해 판매액도 4.4%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일본 경제가 10년에 걸친 장기불황에 시달리면서 소비자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데다, 명품 소비엔 아무래도 소극적인 노령 인구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인의 명품 소비 감소는 5백5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명품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인들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나가서도 사들이는 핸드백.구두.시계 등의 명품을 합하면 전 세계 명품 매출의 40%를 차지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이 세계 시장에서의 성공을 의미하는 세계 유수의 명품 제조회사들은 이 때문에 일본시장에서 사활을 건 경쟁을 펼치고 있다. 루이뷔통처럼 광고를 강화하고 매장을 확대하며, 새로운 제품을 계속 내놓는 명품회사는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티파니.아르마니.불가리와 같은 쟁쟁한 브랜드들도 최근 들쑥날쑥인 매출 때문에 일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 소비자들은 이제 더 이상 브랜드의 유명세 하나만으로 명품을 구입하진 않는다. 현지 신문.방송은 자세한 제품 리뷰 기사나 패션에 관한 정보 등으로 명품 시장의 구석구석을 다루고 있다. 루이뷔통의 이브 카르셀 회장은 "일본인은 아주 까다로운 고객이다. 브랜드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요구조건도 매우 깐깐하다"고 말했다.

명품회사들은 이 같은 일본시장의 변화에 정면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프라다.페라가모 등은 올해 긴자에 새로 점포를 열었으며, 루이뷔통은 롯폰기 매장의 규모를 네배로 늘렸다. 코치도 내년 6월까지 점포를 10개 더 낼 계획이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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