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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北 대사관 침입, 미국이 제대로 약점 잡혔다”

중앙일보

입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평련 전문가 초청간담회 '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와 남북경제협력 전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평련 전문가 초청간담회 '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와 남북경제협력 전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반북단체인 ‘자유조선’이 스페인 북한 대사관에 침입하여 정보를 탈취하고 FBI에 넘겼다면 미국이 북한에 제대로 약점을 잡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FBI에 일방적으로 넘긴 게 아니라 FBI가 준다고 받았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준다고 해서 받는 게 의미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실 미국의 CIA나 FBI 같은 그런 기관의 운영 방식의 입장에서 볼 때는 그거 별거 아니다. 으레 하는 일”이라며 “미 CIA가 그동안에 조그마한 나라의 정권 교체하는데 배후 작용을 했던 경우가 한두 개만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게 약점이 될 수 있다”며 “그러니까 지금 이것 때문에 미국의 도덕성에 상처를 입기 전에 이 불을 끄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같은 것을 통해서, 또는 남쪽의 특사가 북쪽에 가도록 해서 그런 데 대해서도 사과를 한다 그럴까, ‘더 이상 키우지 마라’, 이런 식으로. 왜냐하면 이걸 키우면 트럼프 대통령도 퇴로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양보할 수 없다는 식의 딜이 이루어질 수 있다”며 “그 점에서는 북한이 불법으로 침입은 당했지만 대미 협상에서 나쁠 건 없는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당시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의 미국 이송 및 핵시설-탄도미사일-화학-생물전(NBC) 프로그램 해제를 요구했다는 로이터통신보도에 대해선 “로이터를 통해서 그걸 미국이 흘렸다는 얘기”라며 “앞으로 이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해서 결국 안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일부 전문가들도 하도록 만들려고 많이 배려해 준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날은 볼턴을 내세워서 판을 깼지만 이제 다시 내가 톱다운 방식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손잡고 풀어나갈 테니까 북한도 새로운 길 가지 말라는 것”이라며 “지금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그 평가가 일부러 지금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고단수”라고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10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선 “북한이 ‘새로운 길’을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는) 4월 11일 날 공식적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 즈음해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는 모양새를 취하면 북한한테 이 둘이서 만나서 그야말로 북핵 문제 해결에 미국 측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으니까 너무 그렇게 끊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 날짜를 그렇게 겹쳐서 잡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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