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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유통·판매 중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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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뉴스1]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뉴스1]

코오롱생명과학의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유통·판매가 중지됐다.  인보사의 주성분(2액)이 허가받은 세포와 다른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1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인보사는 국내 최초의 유전자치료제이자 29번째 신약으로 2017년 7월 시판 허가를 받았지만 1년 8개월 만에 퇴출 위기에 몰렸다.

“주성분, 허가 받은 세포와 달라 #병·의원 다른 약으로 대체해야” #안전성은 크게 우려없다 판단 #코오롱 시판 20개월 만에 퇴출 위기

식약처는 병·의원이 인보사를 처방하지 못하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처방 금지 자동 경고시스템(DUR)에 올리는 한편 진통제·스테로이드 제제 등으로 대체 처방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보사는 중간 정도 증상 무릎 골관절염에 쓰인다. 사람의 정상 동종 연골세포(1액)와 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성장인자(GF-β1 유전자)를 가진 세포(2액)를 무릎 관절강에 3대 1 비율로 주사 투여한다.

문제는 미국에서 발생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시험 계획(3상) 승인을 받은 후 주성분 확인시험에서 2액의 세포가 한국에서 허가받은 것과 다른 게 확인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지난달 22일 이를 한국 식약처에 통보했다. 2액에 GF-β1 유전자가 들어있어야 하지만 신장세포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약은 신장세포에서 TGF-β1 유전자를 분리·정제하는데, 이 과정에서 신장세포 일부가 섞여들어 간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최승진 바이오의약품품질과장은 “국내와 미국 인보사는 어미가 같은 형제로 보면 된다. 그래서 판매를 금지하고 국내 제품 조사에 들어갔으며 결과가 15일께 나온다”고 말했다.

인보사는 국내 임상시험에서 145건, 시판 허가 후 3403건 투여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안전성 측면에서 큰 우려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인보사는 최초 임상시험 이후 11년간 안전성이 우려되는 부작용 보고사례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허가 성분과 다르게 제조된 사실이 확인되면 인보사 시판 허가는 취소될 수 있다. 미국의 확인 결과가 나오면 영향을 받게 된다. 식약처는 2017년 허가 당시 바이오 업체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품질관리 기준 설정 등을 밀착 상담해주는 ‘마중물 사업’을 했다고 내세웠다. 하지만 핵심 성분에 문제가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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