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이희진의 수퍼카 부가티 판매대금 환수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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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이희진씨의 동생 이모씨가 판매한 흰색 부가티 베이론 그랜드 스포츠 차량. 남궁민 기자

지난달 25일 이희진씨의 동생 이모씨가 판매한 흰색 부가티 베이론 그랜드 스포츠 차량. 남궁민 기자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33)씨가 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던 수퍼카 부가티 베이론 판매 금액을 검찰이 환수하기로 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광배 부장검사)은 이씨의 동생(31)이 단독사내이사로 있는 법인 소유였던 부가티의 판매 금액을 찾아내 '벌금 가집행'을 할 방침이라고 28일 밝혔다.

벌금 가집행이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1심에서 선고된 벌금 액수만큼 피고인의 자산을 묶어두는 것이다. 이씨 동생은 1심에서 벌금 100억원이 선고 유예돼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그가 단독사내이사로 있는 회사 법인엔 벌금 150억원이 선고됐다.

부가티는 150억원의 벌금형을 받은 법인의 자산인 만큼 부가티 판매 금액도 벌금 가집행 대상이 될 수 있다. 검찰은 부가티 판매 금액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소유하고 있는지 확인해 가집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씨의 부모를 살해하고 부가티 판매 대금 일부를 빼앗은 혐의를 받는 김다운(34·구속 중)이 가져간 돈 5억원도 가집행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김다운이 훔친 5억원은 수사 기관에서 증거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당장 환수는 어렵다"며 "하지만 수사가 종료되는대로 바로 가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 부모의 사망 사건을 수사한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26일 김다운에게 강도살인 등 다섯 가지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단 김다운이 훔친 5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부가티 판매 금액이 이미 다른 곳에 사용됐다면 환수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이씨 부모 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부가티 총 판매대금을 15억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부가티 판매 금액이 법인의 계좌로 들어간 상태에서 법인의 채무를 갚거나 법인의 활동을 위해 사용됐다면 그 돈을 환수하기는 어렵다"며 "범죄에 대한 확정 판결이 난 것도 아닌 데 법인 활동을 위해 사용한 돈은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1심 판결에서 추징명령이 이씨 본인에게만 적용됐다. 이때문에 법적으로 재산을 처분하는 데 있어 문제가 없는 이씨 동생이 자산을 현금화하는 것을 수사기관이 다 찾아내 막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희진 씨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희진 씨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때문에 검찰은 지난해부터 이씨 형제의 차명재산 등 숨겨진 자산을 찾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말 이씨가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던 전환사채 7억원어치를 찾아내 약 10억3000만원으로 현금화한 후 벌금 가집행 목록에 넣었다. 이 외에도 검찰은 자체 조사와 제보를 통해 이씨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재산들을 파악하고 있다. 앞서 이씨는 1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 200억원, 추징 150억원을 선고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기관에서 차명재산을 파악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데다가 이씨의 경우 자산이라고 등록된 것도 사실상 근저당 등으로 재산 가치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아 추징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씨 형제가 소유하고 있는 빌딩이나 부동산은 대부분이 제2, 3 금융권에 근저당이 잡혀 있다. 검찰 측은 "피해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는 있으나, 수사기관에서도 최대한 다각도로 이씨의 재산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재산을 찾아 가집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후연·편광현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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