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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이 영토·고유영토 구분할 수 있나” 교과서에 日서도 냉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날 발표된 일본의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와 관련해 교육 현장에서 불만과 냉소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27일 보도했다.

日 언론들 "독도 표현등에 현장선 불만 분출" #日정부 '고유의 영토' 표현 안쓰는 쿠릴열도 #교과서엔 "고유의 영토로 쓰라"는 검정 의견 #현장선 "도대체 어떻게 가르치란 거냐" 불만 #스가 관방 "우리 영토·역사 바르게 이해시켜야"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가 이에 계속 항의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2019년 검정분 일본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의 일부. 윤설영 특파원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가 이에 계속 항의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2019년 검정분 일본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의 일부. 윤설영 특파원

특히 일본의 영토와 관련된 사회과목 검정 의견에 대해 그런 경향이 강했다.

'교육출판'의 사회 교과서는 당초 독도에 대해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의 영토이지만~"이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아동들이 오해를 할 우려가 있다"는 검정 의견을 냈다. 결국 관련 표현은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지만~"으로 바뀌었다. '영토'가 '고유의 영토'로 바뀐 것이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교과서 회사의 한 편집자는 이에 대해 "초등학생이 ‘고유의 영토’와 ‘영토’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표시했다고 한다.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관련해 검정 교과서에 "영토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도 논란을 낳았다.

후지타 히데노리(藤田英典)도쿄대 명예교수는 마이니치 신문 인터뷰에서 "고유의 영토에 대해선 역사적인 경위를 포함해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영토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쓰려면 당사국의 주장과 근거, 국제여론의 시각까지 제공해야 옳다"고 지적했다.
 현실에서는 분쟁이 존재하는 데 무작정 ‘영토 문제는 없다’는 식의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고 주장한 2019년 검정분 일본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의 지도. 윤설영 특파원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고 주장한 2019년 검정분 일본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의 지도. 윤설영 특파원

가장 우스꽝스러운 모양새가 된 것은 러시아와의 영토분쟁 지역인 쿠릴열도 4개섬(일본에선 북방영토)관련 내용이다.

'도쿄서적' 교과서 등의 당초 표현은 "북방영토의 반환문제가 남아있다"였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북방 영토에 대한 우리나라(일본)의 입장을 오해할 우려가 있다’는 검정 의견을 내면서 "일본 고유의 영토인 북방영토의 반환문제가 남아 있다"로 표현이 강화됐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러시아와 영토 반환 협상을 진행중인 일본 정부는 협상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고유의 영토’라는 표현을 자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표현에 러시아가 유독 신경을 곤두세우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고노 다로(河野太郞)외상은  ‘북방영토가 일본 고유의 영토냐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계속 피하고 있다.  "일본이 주권을 보유한 섬들"이라고 표현을 빙빙돌리며 러시아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교과서 회사에는 ‘일본 고유의 영토’임을 명기하라고 지시하면서, 정작 정부 자신은 그런 표현을 쓰지 못하는 딜레마가 발생한 것이다.

도쿄신문은 쿠릴열도 관련 기술에 대해 “2006년 첫 집권때부터 영토문제를 교과서에 기술하도록 요구해 온 건 아베 정권”이라며 “스스로가 강화시킨 영토교육에 모순이 발생하면서 학교 현장에선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는 당혹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일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영토나 역사 등에 대해 아동에게 바르게 이해시키도록 교과서에 정확히 기술하는 것은 극히 중요하다"면서 "우리나라의 교과서 검정은 민간 발행사가 작성한 교과서에 대해 전문적, 학술적 견지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이번 검정은)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검정을 실시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의 반발에 대해 "우리나라의 입장에 기초해 확실히 반론했다"고 언급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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