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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청와대 출신 부총리 후보 2명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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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교육부총리 내정 김병준 전 정책실장
교육도 부동산처럼 '코드 정책' 강행 가능성

지난달 30일 사의를 표명한 김진표 교육부총리 후임에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52)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수(국민대 행정대학원장) 출신의 김 전 실장은'노무현 정책 코드'의 상징처럼 돼 있는 인물이다. "헌법처럼 바꾸기 힘든 부동산 규제 정책을 만들겠다" "세금 폭탄 아직 멀었다"등의 강경 발언으로 여권에서조차 비난을 받았던 그는 교육 분야에선 '평준화'와 '대학 구조조정'을 강조해 왔다.

그는 특히 대학 개혁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2월 제주도에서 열린 고려대 전체 교수 세미나에 참석해 김진표 당시 교육부총리의 인선 배경을 "대학 교수부터 교육과정까지 모두 바뀌어야 하는데 기업 등 수요자와 얘기할 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떤 식으로든 (대학)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그가 교육의 수장이 되면 국립대 통폐합과 일반 사립대 구조조정에 거센 돌풍이 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08학년도 내신 50% 반영과 본고사형 논술 금지 등 대입제도를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도 크다. 그는 지난해 7월 서울대 통합교과형 논술과 관련, "'본고사 부활'성격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입 개입 논란에 대해선 "중.고교 교육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교육철학 역시 교육부의 평준화 정책과 별로 다르지 않다. 따라서 외국어고 입학 제한이나 자립형 사립고 설립 제한 등 논란을 불렀던 기존 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는 올 초 부동산 대책이 약발이 들지 않자 "집값 문제와 교육 문제를 분리해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교육의 기본 골격(평준화)을 흔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외고 파문으로 사업이 불투명해진'공영형 혁신학교'와 교육행정에 학부모를 참여시키는 '교육자치'에는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 재임시 지방 혁신도시 성공을 위해 교육 문제 해결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교육계 반응은 냉담하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평준화나 개혁을 앞세워 교육정책을 독단적으로 펼 경우 혼란과 갈등만 몰고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대학 구조조정 등) 교육을 시장의 관점에서 보지 말고 공공성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진 인물이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관계자들은 말을 아끼면서도 "성과급 차등 지급, 교원평가제 등 민감한 교육 현안이 많은데 (강성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학부모단체들은"세금 폭탄 등의 발언으로 볼 때 규제.통제.평준화 일변도의 정책을 펼 염려가 있어 부적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양영유.고정애 기자

김병준씨 교육 관련 발언

▶서울대 통합교과형 논술 관련="본고사 부활이라는 성격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받아들이기 힘들다. 중.고교 교육이 비정상을 초래해선 안 된다."(2005년 7월 중순 KBS 라디오 인터뷰)

▶강남 집값 관련="집값.교육 문제를 분리해 생각할 순 없다. 평준화 골간을 유지하면서 수월성을 병행.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2005년 2월 연합뉴스 인터뷰)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인선 관련="대학 교수부터 교육과정까지 모두 바뀌어야 하는데 기업 등 수요자와 얘기할 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어떤 식으로든 (대학) 개혁이 있어야 한다."(2005년 2월 고려대 100주년 기념 세미나)

▶지방분권화와 교육 관련="지방분권화에 맞춰 교육제도를 고칠 것이다. 지방의 학부모와 학생들의 수요에 맞는 교육제도를 마련해야 한다."(2004년 3월 교육부 업무보고 전 기자들과 만나)

경제부총리 내정 권오규 정책실장
노 대통령 신임 각별
경제 리더십 펼지는 의문

차기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유력한 권오규 청와대 정책실장(54)에 대한 관가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스마트하고 유연한 시장주의자로 정책의 흐름을 잘 파악해 추진한다."

"업무처리 능력은 뛰어나지만 리더십은 별로 기대할 수 없다."

한덕수 부총리가 취임할 때도 이와 비슷한 평들이 나왔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일단 권 실장이 한 부총리와 마찬가지로 개방과 경쟁을 중시하는 시장주의자라는 데에는 모두 동의한다. 따라서 기존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재경부 관계자는 "권 실장은 한덕수 부총리 못지않은 개방 중시의 시장주의자이기 때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이던 시절 공약과 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능력을 인정받아 노무현 정부의 첫 청와대 정책수석으로 발탁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 실장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임은 각별하다는 게 주위의 평이다. 노 대통령은 2004년 2월 강원도 지역 언론인과의 간담회에서 당시 권 수석에 대해 "아주 실력 있는 공무원이고 많은 부처에 상당히 센 말발을 갖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권 실장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개방경제 철학을 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2004년 3월 노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직무가 정지됐을 때 당시 권 수석은 노 대통령에게 영국에서 신자유주의의 기초를 닦은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전기를 읽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권 실장은 경제관료로서의 경력관리도 잘 돼 있다. 1974년 행정고시(15회)에 합격한 그는 재경부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재정경제비서관, 재경부 차관보, 조달청장, 대통령 정책수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 청와대 경제정책수석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3년 청와대 정책수석 시절 신행정수도건설추진 기획단장을 맡아 노무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벌인 행정수도 이전 사업을 추진했다. 그는 2003년 말 한 기고문에서 "신행정수도 건설은 지방 분권,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 균형 발전과 연계하는 21세기 발전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신뢰에다 화려한 경력까지 갖췄다면 누구나 '준비된 경제수장'이라는 데 동의할 법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리더십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1년 반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개혁, 중장기 세제개편, 부동산시장 안정, 저출산.고령화 재원 마련, 한.미 FTA 추진 등 각종 정책의 마무리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안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데다 서로 얽혀 있어 제대로 풀지 못하면 국가적으로 불협화음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는 경제부총리의 조정능력이 특히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의 한 교수는 "권 실장은 집권층의 코드에 맞춰 정책을 집행하는 실무적 능력은 뛰어나 보이지만 소신을 갖고 얽힌 현안을 제대로 풀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도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줄 것을 한결같이 주문한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권 실장이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알아 청와대-행정부-경제계 사이의 조정역할을 잘 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스포츠댄스를 좋아하고 신세대 노래를 소화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등 대인관계가 원만하다.

김종윤.이현상 기자

권오규씨 경제 관련 발언

▶삶의 질을 향상하는 쪽으로 정책의 목표를 바꿔야 하는 변곡점에 있다고 생각한다.(2006년 2월 SBS토론회)

▶영미식 모델(성장 중심)을 가미한 영연방 국가들은 노동시장 및 기업환경 개선에 힘입어 기존 유럽 강국에 비해 나은 경제 성과를 시현하고 있다.(2005년 5월 의정연구센터 토론회)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다.(2005년 2월 경제4단체 간담회)

▶민간에 대해서는 분양가를 공개하라고 할 수 없다.(2004년 2월 분양가 공개에 대한 반대 입장 재확인)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참여정부의 정책 의지는 분명하다.(2003년 11월 모 언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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