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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앞서는데 한국만 수소차" 한국-유럽 친환경차 두고 신경전

중앙일보

입력

펠릭스 퀴베르트 만트럭버스 대체수송부문 부사장. [사진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펠릭스 퀴베르트 만트럭버스 대체수송부문 부사장. [사진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현대자동차 수소차 개발 핵심인력과 유럽의 완성차 업체 전문가들이 친환경차 기술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한국의 정부주도 '수소경제'에 대해 유럽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시장 확대와 경제성을 비교 우위에 두며 설전을 이어갔다.

EU "수소차 575대 판매, 갈 길 멀다" #현대차 "우리는 전기차의 적 아냐"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유럽연합 대사는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한-유럽 미래 자동차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수소 연료전지 차량에 큰 뜻을 품고 있어 정부에서 계획을 발표하고 수소경제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며 "올해 수소차 4000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575대만 판매돼 아직 갈 갈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은 지난해 전기차 30만대 이상이 판매됐고, 올해에는 전기차 20여종이 추가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울산에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차 확산을 천명한 것과 관련해 EU의 전기차 확산 속도를 더 높이 평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유럽 지역 완성차 업체에서도 수소차 확산 전략에 의구심을 품었다. 특히, 트럭 등 상용차는 승용차와 달리 돈을 벌기 위한 기업의 투자품목이라는 점에서 수소차보다 전기차의 경제성이 더 높다는 시각이다.

펠릭스 퀴베르트만트럭버스 대체수송부문 부사장은 "상용차는 수소차로 발전하는 것보다 배터리(전기차)로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라며 "전력요금이 낮아졌기 때문에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경제성이 확보됐다"고 밝혔다. 수소차 충전 인프라가 전기차 생태계와 비교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도 주된 비교 대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2일 현대차의 차세대 자율주행 수소차 ‘넥쏘’의 기능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2일 현대차의 차세대 자율주행 수소차 ‘넥쏘’의 기능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수소차에 대한 의문이 잇따르자 서경원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 팀장은 "우리 회사(현대차)는 전기차의 적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수소차의 부족한 경제성과 인프라 확산 속도에 대해서도 그는 "도요타 등 자동차업체를 포함해 에어리퀴드 같은 50여개 기업과 협약해 충전소 인프라를 지속해서 확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프랑스의 에너지기업 에어리퀴드, 다국적 에너지기업 엔지와 함께 수소차 충전소 확산을 약속했다. 현대차가 포함된 '수소연합'에는 50여개 이상의 자동차·에너지 기업이 힘을 보태고 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토론을 주재한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융합대학 교수는 "수소차가 주유소만큼 많은 충전설비를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라면서도 "장기적인 시각에서 '탈탄소'를 위해 수소를 지속적으로 연구를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유럽과 한국의 수소차에 대한 확산성·경제성에 대한 시각차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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