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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흙수저·초선'으로 '금수저·4선' 유승민 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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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거법 관련 패스트트랙 처리 논의를 위한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거법 관련 패스트트랙 처리 논의를 위한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이 27일 지역 사무실을 연다. 한국당 초선 비례대표인 김 의원이 유 전 대표(4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김규환 대 유승민' 구도에 정치권도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김 의원은 지난 1월 대구 동구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초선비례 앞세워 유승민 견제, 한국당 다목적 카드일까

김규환 의원은 2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유 전 대표와의 대결 구도에 대해 “이 동네에서 공장일을 하기도 했고, 기능올림픽 출전한 적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사연이 많다”며 “주민들도 나를 볼 때마다 ‘규환이 왔냐’며 반기신다. 유승민이 아니라 상대가 누구든 자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전 대표는) 대선 후보를 지내신 분이니 저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정치보단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에 충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대표의 지역구 사무실(용계동)과 김규환 의원이 새로 열 사무실(방촌동)은 약 800m 정도 떨어져 있다. 걸어서 15분 거리다. 하지만 둘의 인생행로는 전혀 다르다.

지난 2016년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29명이 탈당하며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을 공식 선언한 뒤 유승민 의원 지역사무소에서 간판업체 관계자가 외벽과 간판에 붙어있던 새누리당 로고와 당명을 가리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6년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29명이 탈당하며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을 공식 선언한 뒤 유승민 의원 지역사무소에서 간판업체 관계자가 외벽과 간판에 붙어있던 새누리당 로고와 당명을 가리고 있다. [중앙포토]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 [뉴스1]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 [뉴스1]

김규환 의원은 국회에서도 대표적인 흙수저 정치인으로 꼽힌다. 정규 학력은 초등학교 중퇴가 전부다. 대구 등 지방 공장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이후 대우중공업에서 청소부 겸 사환을 했고 기능사원 보조공, 기능공, 직장(생산직 내 중간관리직 직급)을 거쳐 1992년 국가품질 명장에 올랐다.

반면 유승민 전 대표는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았다. 부친이 유수호 전 의원이었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재직했다. 대구 동구을은 그런 유 전 대표가 2005년 보궐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후 14년간 지켜낸 지역구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흙수저 대 금수저', '초선 대 4선' 등 구도로 유승민 전 대표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대구를 지역구로 하는 한국당의 한 의원은 “아직 총선이 1년 정도 남았고 당협위원장이 그대로 다 공천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면서도 “유승민 견제라는 해석은 과하지만, 향후 바른미래당과의 통합 국면에서 (김규환 당협위원장이) 모종의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은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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