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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리 답변에서 드러난 정부의 자의적 현실 해석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28호 30면

그제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드러난 이낙연 국무총리의 현실 인식은 한 마디로 실망스러웠다. 말로는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했지만 그 근거가 되는 각종 지표에 대한 해석은 현실과 따로 놀았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 경제의 핵심이자 허리인 30~40대 취업자가 지난달 급격히 줄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총리는 “30~40대 인구 자체가 줄고 있지만 그 연령대의 남자 고용률은 90%에 달한다”고 답변했다. 인구가 줄어드니 취업자도 줄어드는 게 자연스럽지 않느냐는 해석이다. 하지만 고용률은 취업자수를 인구수로 나눠 인구 요인이 제거된다. 그리고 지난 2월 30대와 40대 고용률은 일년 전보다 각각 0.5%포인트와 0.2%포인트씩 줄었다. 이 연령대의 실업률도 2011년 이후 최고치였다.

“내년 한국 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1위가 될 것”이란 이 총리 주장도 사실과 달랐다. OECD는 현재 아일랜드·이스라엘 등의 내년 성장률이 한국(2.6%)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매기는 국가 신용등급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언급은 엉뚱하게만 들렸다. 이미 2012년(피치), 2015년(S&P·무디스)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온 터라 전혀 새삼스럽지 않아서다. 총리는 또 “탈원전이란 용어는 부적절하다. 대통령도 선거 때(만) 썼다”고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새 정부는 탈원전과 함께 미래 에너지 시대를 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총리가 어느 정도 정부 입장을 옹호하고 정책을 대변하는 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사실의 의미를 엉뚱하게 짚거나 통계를 왜곡할 권한까지 주어지진 않는다. 더구나 지난해보다 경제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측되는 지금은 어느 때보다 냉정한 현실 인식과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도 총리가 생뚱맞게까지 느껴지는 답변을 하고 있으니 이번 정부의 경제 인식과 대응이 우려되지 않을 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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