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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으로 경제 황폐화'…시민들 "원인 밝혀져 그나마 다행"

중앙일보

입력

21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급매로 나온 아파트 가격표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급매로 나온 아파트 가격표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포항 지진과 지열발전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정부조사단의 연구 결과 발표가 나온 다음 날인 21일,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은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시장은 “포항은 지진으로 인구 감소, 도시 브랜드 손상, 지진 트라우마 호소 등 돈으로 따질 수 없는 피해를 보았다”고 강조했다.

지진 이듬해 아파트 ㎡당 매매가 -15.2% 곤두박질 #거래량도 2011년 1만2606건서 2018년 3771건으로 #1년새 1만명 감소…인구 급속 유출에 50만명선 위태 #"지진 불안 요인 제거하면 경기 회복할 것으로 기대"

이 시장의 말처럼 포항에는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의 여파가 아직 이어지고 있다. 계속되는 여진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불안해 하는 시민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세계적인 철강 공급 과잉에 따라 철강산업이 위축된 것도 지역 경기에 악재다.

가장 큰 문제는 지진 이후 오르지 않는 집값이다. 한국은행 포항본부에 따르면, 포항은 2016년 이후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시작됐지만, 포항 지진 이후 가속했다. ㎡당 매매가가 2012년 157만원에서 2015년 211만원으로 올라 연평균 7.9%의 상승률을 보인 데 반해 지진 이후인 2018년 178만원으로 추락하며 -15.2%의 하락률을 보였다.

2017년 11월 15일 지진으로 무너진 포항시 북구의 건물들 모습. [연합뉴스]

2017년 11월 15일 지진으로 무너진 포항시 북구의 건물들 모습. [연합뉴스]

아파트 거래량도 지진 이후 얼어붙었다. 포항 아파트 거래량은 2011년 1만2606건으로 최다 건수를 기록한 후 점차 하락하다 2016년 9월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 후 2016~2017년 평균 4955건으로 추락했고 포항 지진 이듬해인 2018년엔 3771건으로 떨어졌다. 지역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가에서 수 천만원 손해를 보고 매물을 내놔도 팔기 어렵다. 지진 이후 급매로 아파트를 내놓는 사람은 많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도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2016년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포항은 지진 직후인 지난해 1월 미분양 아파트가 2146가구에 달했다. 올해 1월 기준으로도 1434가구가 미분양이다. 지난해 5월엔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미분양 주택 위험진단 지수가 85.6을 기록해 ‘경고’를 받기도 했다. 여기에다 앞으로 아파트 1만1000여 가구가 추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미분양 아파트 수는 당분간 줄지 않을 전망이다.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이 21일 오전 시청 브리핑 룸에서 포항지진정부공동연구단의 조사 결과에 대한 시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이 21일 오전 시청 브리핑 룸에서 포항지진정부공동연구단의 조사 결과에 대한 시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포항의 인구도 빠르게 유출되고 있다. 철강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지진에 따른 불안감도 인구 유출에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7년 10월 51만9547명이던 포항 인구는 올해 2월 현재 50만9477명으로 1만 명 이상 줄었다. 출산 인구도 2015년 4657명, 2016년 4156명, 2017년 3558명 등으로 감소하고 있어 인구 50만 명 선이 위태롭다.

한편 전반적인 지역 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도 주민은 “‘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을 촉발했다’는 연구 결과는 곧 지열발전소 건설 중단과 원상복구가 이뤄지면 지진 불안이 해소될 수 있다는 말 아니냐”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경호(59)씨는 “지진 위험 요인인 지열발전소 조성 현장을 건설 이전으로 되돌리면 불안감이 사라져 지역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시는 원상복구를 비롯한 정부 지원이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시장은 “범정부 대책기구를 구성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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