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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세정의 직격인터뷰

“미세먼지 뿜는 경유차 몰면서 맑은 공기 호흡 불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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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장세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한-중 정부에 미세먼지 소송 낸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19일 환경재단 사무실에서 미세먼지 대책 관련 인터뷰에 응했다. 우상조 기자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19일 환경재단 사무실에서 미세먼지 대책 관련 인터뷰에 응했다. 우상조 기자

환경재단은 2018년 2월 국내에서 처음 미세먼지 센터를 설치했다. 앞서 2017년 5월에는 미세먼지 피해자인 어린이·주부와 각계인사 등 91명을 모아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1인당 3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한국 법원에 제기했다. 국가를 상대로 한 첫 미세먼지 소송이다. 중국 환경부는 소장 접수조차 거부했지만, 소송 효력이 생겼다. 한국 환경부는 기존 보도자료를 대거 첨부해 '할 일을 다 했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미세먼지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4월 19일 두 번째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이 소송을 이끌고 있는 최열(70) 환경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43년간 환경 문제에 매달려온 그는 강력한 자동차 2부제 시행, 경유차(디젤차) 세금 인상과 전기차 시대로 전환, 탄소에 중독된 산업구조 개편, 한·중 협력 등을 역설했다.
-'미세먼지 특별법'이 2월 15일부터 시행됐는데 불과 보름 만에 최악의 미세먼지 습격이 있었다.

미세먼지 나쁠 때 2부제하고 #경유차 줄이게 세금 확 올려야 #한·중 인공강우 실험 효과 없어 #신규 원전 더 건설하면 안 돼 #탄소경제 산업구조 확 바꿔야

"특별법을 만들었다면 효력이 발생할 수 있도록 집행해야 하는데 우왕좌왕한다. ‘미세먼지가 심해 숨쉬기 힘들다'고 하면 가장 빠르게 할 수 있는 게 자동차 2부제다. 2부제를 하면 자동차 배기가스가 절반으로 줄어드니 효과가 즉각적이다. 어린이·노약자에 타격이 크니 어린이의 경우 긴급휴교라도 해야 한다. 휴교하면 부모들도 재택근무를 하도록 해야 한다."

미세먼지가 짙은 3월 4일(왼쪽)과 맑은 7일 강원도 강릉 시내 모습이 선명한 대조를 보인다. [연합뉴스]

미세먼지가 짙은 3월 4일(왼쪽)과 맑은 7일 강원도 강릉 시내 모습이 선명한 대조를 보인다. [연합뉴스]

-2부제를 하려면 서울뿐 아니라 경기·인천이 함께 참여해야 할 텐데.

"PM 2.5(초미세먼지) 기준으로 76 이상인 '매우 나쁨'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하면 2부제를 ‘지방자치단체장의 명으로 할 수 있다’고 특별법에 규정하고 있다.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해야 한다'가 돼야지 효과가 있다. 서울은 대중교통이 잘 돼 있으니 덜 불편해하지만, 경기·인천 사람들은 대중교통이 불편해 협조하길 꺼린다. 서울·인천·경기가 패키지로 묶여서 하도록 최근 출범한 '대도시 광역교통 위원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결단력과 추진력이 필요하다."

-미세먼지도 줄이면서 동시에 값싼 경유차를 계속 몰 수 있나.

"2부제 시행을 하지 않으면서 경유차 운전에 불편도 없게 하며 맑은 공기를 제공해 주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 표만 생각한 거짓말이다. 국민의 건강·생명·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국민의 생명에 영향을 주는데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한데 국민이 정부를 어떻게 믿겠나.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미세먼지가 심해지자 갑자기 들고나온 게 바로 인공강우다."

-한·중 인공강우 공동실험과 옥외 대형 공기정화기 설치는 말이 되나.

"둘 다 의미가 없다. 오염물질은 화력발전소 굴뚝, 자동차 배기가스, 비산하는 석탄 야적장 등 발생원에서 철저히 제거해야지 발생한 이후 다시 돈 들여 화학물질을 사용해 줄인다는 건 확률적으로도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 과학을 이용해 새로운 부작용을 만드는 거다. "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가 함께 만드는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주제로 열린 2019년 환경부 업무보고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명래 환경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가 함께 만드는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주제로 열린 2019년 환경부 업무보고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명래 환경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에 미세먼지를 30% 감축하겠다고 공약했다. 나쁨 이상 미세먼지 발생일수(전국)는 2016년 258일에서 2022년 78일로 줄이고, 같은 기간 초미세먼지(서울)는 26㎍에서 18㎍까지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속도로 문 대통령의 미세먼지 30% 감축 공약을 이행할 수 있겠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미세먼지가 개선되지 않아) 답답하다. 무엇보다 국내의 정확한 발생량 파악이 안 되고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오염물질이 얼마나 나오고 있냐는 부분이다. 정확한 발생량에 따른 정확한 피해가 집계되지 않았다. 정확한 피해를 해결하기 위한 정확한 대책이 부족하다. 이 세 가지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발생량부터 정확히 파악 안 되니 될 수가 없다."

-탈원전 정책이 미세먼지 저감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 정부는 신규원전을 건설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탈원전은 아니다. 미세먼지가 많으니 원전을 돌리자고 하기 전에 2011년에 폭발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4기 중 3기의 피해가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떤지 생각해야 한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전 세계 원전은 426개 가동됐는데 지금은 445개다. 유럽·미국 등 선진국은 이제 안 만들고 주로 중국·아랍에미리트 같은 나라가 새로 짓는다. 미세먼지 때문에 원전을 늘리자고 하면 안 된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한국의 '환경 위기 시계'가 최악(12시)으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상조 기자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한국의 '환경 위기 시계'가 최악(12시)으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상조 기자

-환경부에서 미세먼지는 후순위 정책 아닌가.

"환경 정책에서 항상 수질관리가 제일 먼저였다. 환경백서를 보면 2018년 환경부 예산(5조7082억원) 중에서 수질 예산이 54.6%인데 비해 대기환경 예산은 12.3%뿐이다. 수질 문제는 아직 해결이 안 됐다. 그래도 앞으로는 미세먼지 등 대기 환경이 1위가 될 것이다. 수질에서 대기로, 물에서 공기로 정책 우선순위를 옮겨야 할 전환점에 왔다고 볼 수 있다. 문제가 생기고 전환점이 올 때 정책 변화가 온다."

-환경부만의 노력으로 미세먼지가 해결되겠나.

"현재의 정부 조직구조로는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 해결이 어렵다. 대기에 제일 중요한 연료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도로와 교통은 국토교통부가, 과학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리한다. 연료·교통(도로)·기술, 그리고 이에 대한 규제가 하나로 통합돼야 효율적인 정책이 나온다. 이를 통합해서 부총리급 ‘에너지·환경부’를 만들어야 한다. 세금 정책도 바꿔야 한다. 자동차 연료에서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매년 15조원 이상 거두는데 80%는 도로·항만 건설에 쓰고 고작 15%만 대기 질 개선에 쓰인다. 이 세금으로 도로를 계속 늘리면 끊임없이 차가 늘어나 대기가 더 오염된다. 세금 지출 구조를 바꿔 많은 세금을 대기 질 개선과 대중교통 확충에 써야 한다."

민주평화당 당직자들이 8일 국회에서 마스크를 쓰고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뉴스1]

민주평화당 당직자들이 8일 국회에서 마스크를 쓰고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뉴스1]

-경유차의 영업권이 헌법상 국민 건강권과 충돌하는데.

"친서민 정부를 표방해 경유차에 손을 못 댄다면 그냥 계속 미세먼지 마시다가 다 같이 죽을 수밖에 없다. 영업은 자유지만 국민 건강에 피해를 주는 영업이라면 제한해야 하는데도 그동안 못했다. 영세 상인들이 작은 디젤 용달차를 몰고 다닌다면 휘발유·전기차 등으로 전환해주면 된다. 차량 살 때 30~50% 지원해주거나 융자해서 갚게 해줘야 한다. 교통에너지환경세에서 일정 부분을 할당해 해결하면 된다. 대신 이제는 경유로 국민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오염부담세를 매길 수밖에 없다. 예컨대 100대 80인 휘발유와 경유 가격 비율을 100대 100으로 하면 디젤차를 덜 몰게 될 거다."

-미세먼지 재앙을 새로운 산업의 기회로 살릴 수는 없을까.

"쾌적한 환경에서 강한 경제가 나온다. 가장 좋은 사례가 자동차다. 전기차로 가면 된다. 인구 1200만명인 중국 선전시는 디젤 버스 1만7000대 전체를 다 전기차로, 1만8000대 디젤 가솔린 택시를 전부 전기 택시로 바꿨다. 중국은 이를 통해 전기차 시장을 키웠다. 2차 전지를 가장 많이 만드는 한국이 못할 게 없다."

-중국은 미세먼지 자료 공개도 거부하고 원인 제공의 책임을 회피한다.

"한국의 공해 산업이 중국으로 이전해 중국이 '세계의 굴뚝'이 되는데 한국도 일조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무조건 중국을 탓하기보다는 중국인들이 1차 피해를 보고 한국인들이 2차 피해를 보니까 함께 미세먼지 감축 노력을 하자고 제안해야 한다. 장거리 대기오염물질에 관한 협약을 만들어 산성비 문제를 해결한 유럽의 경험을 배울 만하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경유차 유류세 인상, 전기차 전환 등을 촉구했다. 우상조 기자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경유차 유류세 인상, 전기차 전환 등을 촉구했다. 우상조 기자

-하루아침에 한방으로 미세먼지를 해결하긴 어려울 거다.

"미세먼지 해결에는 10년 이상 걸릴 거다. 한국의 산업 구조를 확 바꿔야 한다. 한국은 지구에서 단위면적당 탄소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 세계 8위였다. '기후 악당 국가'가 됐다.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현재의 산업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 미세먼지·온실가스는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 하루빨리 ‘쾌적한 환경 속 강한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

 ◇최열은 누구=대구 태생으로 춘천고와 강원대 농화학과를 졸업했다. 1976년 긴급조치로 구속돼 안양교도소에서 공해 문제를 연구하면서 43년간 환경 운동과 인연을 맺었다.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을 거쳐 2017년부터 환경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 영월 동감 댐 백지화 운동 당시 큰 역할을 했다.

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장세정의 사사건건

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장세정의 사사건건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박규민 인턴기자가 인터뷰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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