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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질서 확립 위해 단호히 대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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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태우대통령은 28일 6·29선언 2주년을 맞아 가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이제 민주화·자유화를 위해 참을만큼 참았으며 앞으로는 법과 질서확립을 위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1문1답 요지.
―6·29 두돌을 맞은 소감은.
『민주화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나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한때 정치지도자들 중에는 민주화만 되면 정치·경제·사회등 모든 것이 잘된다고 말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민주화가 만병통치약이라는 거였죠. 그러나 보세요. 민주화라는 것이 해도해도 어려운것 아닙니까. 이미 이룩한 민주화는 곧 잊어버리고 새로운 욕구불만은 생기고…. 민주화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과정같기도 합니다.』
―6·29선언의 실천여부에 관해 스스로 평점을 내리신다면….
『당시 내걸었던 8개항은 국민에 대한 항복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힘든 일이었습니다.
▲직선제 ▲김대중씨의 사면·복권 ▲기본권 신장 ▲언론자유 창달 ▲정당활동보장 ▲대화정치는 다 실현됐고 지자제도 여야가 실시 스케줄을 합의해놓고 있습니다. 다만 과감한 사회정화조치는 상당히 하긴 했으나 미흡한 점이 있음을 자인합니다.』
―평민당 서경원의원의 입북사건을 어떻게 보십니까.
『나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민주화·자유화 과정에서 다소의 부작용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국회의원 신분·사회지도층이 이렇게 엄청난 일을 저지를 줄은 몰랐습니다. 매우 불행하고 충격적인 사건이며 철두철미 수사해서 동기와 결과를 밝혀내고 명백하고 단호하게 조처하겠습니다.』
―서의원 말고도 평양을 갔다왔거나 북측인사와 접촉한 인사가 야당에 더 있다는데요.
『구체적 보고는 안받고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있습니다.』
―확실히 있다는 뜻입니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그렇다고 단정은 하지 마세요. 절대성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문익환목사 때처럼 서의원 입북을 우리 안기부가 몰랐던 것 아닙니까.
『알아야 할것을 몰랐다면 단호히 책임추궁을 해야지요. 그러나 민주화·자유화에 따른 제도미비로 어쩔수 없이 몰랐다면 재고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해외여행자유화와 개방을 한 것은 시야를 넓게 갖고 바깥의 실상을 보자는 것인데 간간이 이를 악용한 사례가 있습니다. 정부 각 기관은 국민의 자유제한을 하지 않으면서 다시는 그런 사고가 안 일어나도록 체크하고, 미비점이 있으면 시정하겠습니다.』
―서의원은 한번 더 다녀왔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그런 보고는 못받았습니다. 더 조사해봐야겠습니다.』
―평민당이 왜 갑자기 신고하고 서의원이 자수했을까요.
『조사해봐야겠습니다.』
―민주화추진이란 목표와는 달리 대통령의 강한 리더십을 고대하는 소리도 많지 않습니까.
『지난 l년여 참아온 결과 공권력의 합리적 사용을 뒷받침할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봅니다. 강한 용기와 소신을 갖고 임하겠습니다. 민주주의와 자유화의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으로서 바라는 것은 어렵지만 민주화를 추진해야지, 절름발이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민생치안에 허점이 많고 부동산투기에다 물가가 오르니 많은 국민들이 불안속에 생활해가고 있습니다.
『날보고 민생과 민주화중 뭘 선택하겠느냐고 묻는다면 둘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대통령의 할 일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몇년전만 해도 못살아도 좋으니 권위주의 없애라는 것이 식자들의 간절한 소망 아니었습니까. 이것 찾아주니 민주질서가 걱정입니다. 권위주의는 이제 시대에 안맞는 퇴물입니다.
혼란울 극복하고 민주질서를 세우는데는 법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합니다. 법을 지키자는 의지를 앞으로 한 1년 행동에 옮기면 질서가 잡히리라 봅니다.』
―대통령이 5공청산 의지가 없다고 하는 야당지적에 대해….
『역사를 단절해서는 안됩니다. 자유당 정권도 3·15부정선거로 붕괴됐지만 공과가 있습니다. 과는 청산하고 공은 계승해야 합니다. 우리 직전의 역사를 부정하고 모두 죄인으로 만드는 기성세대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5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6공이 부여한 무한 언론자유로 인해 5공의 공은 다달아나 버리고 과는 있는것 없는것 다 꺼내 부풀려 있습니다. 지난 1년간 날보고 5공과 손을 끊으라고 온갖 압력과 강요를 해왔습니다.
잘못은 법대로 다스려야 합니다. 여소야대에서 증거있고 정당하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고발하고 처벌할 길이 열려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이런 저런 사람 처리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치보복입니다. 보복하고 잡아넣는등 혁명적 방법을 쓴 나라치고 잘 된 나라는 없습니다. 일정기간 지나면 모두 악순환 되거든요.』
―이철규군 사건으로 더욱 악화된 광주문제의 해결책은 없습니까.
『야당지도자(김대중씨를 지칭한듯) 만나 화합하고 용서해 명예회복시켜주는 길외에 무슨 방법이 있느냐고 했지요. 지역감정 해소는 정치지도자들이 앞장서 자기연고지에 가 용서하자고 호소하자고 했지요. 내 앞에서는 「아니오」라고 한적 없어요. 언젠가는 그렇게 해주리라 기대합니다.』
―남북정상회담은 물건너 간 것입니까.
『김일성도 한계가 온 것 같아요. 그 자신이 잘못하는 것인지, 주변에서 잘못하는 것인지. 아직도 적화야욕을 포기않고 금방 될 것 같은 착각을 하는 모양입니다. 공작해서 밀입국시킨 인사와 김일성이 사진 찍어 공개하는 것 보면 그것이 국제적으로 얼마나 망신인지 모르는 모양입니다. 주권국가중 그런 나라가 어디 있어요』
―11월에 유럽순방 합니까.
『관계국과 협의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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