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비건, 영·프·독 찾고 北은 중·러 대사 소환한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14일(현지시간) 뉴욕을 방문해 주유엔 미국대표부 앞을 걷고있다. 최정 미주중앙일보 기자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14일(현지시간) 뉴욕을 방문해 주유엔 미국대표부 앞을 걷고있다. 최정 미주중앙일보 기자

영국·독일·프랑스 외무부가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있기 전까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0일 보도했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19일 영국 런던에서 영국·독일·프랑스 외무부 카운터파트와 만나 북한 비핵화 관련 논의를 한 데 따른 결과다.

북·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P5) 갈라치기

RFA에 따르면 비건 특별대표는 리처드 무어 영국 외무부 정책국장, 수잔 바우만 독일 외무부 군축·군비통제국장, 프랑스 고위 외교관리에게 지난달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설명하고, 대북 제재 공조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영국 외무부 측은 이날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RFA에 밝혔다. 독일 외무부 측도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향한 외교적 과정에 확실하게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며 “CVID를 향한 구체적이고 상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대북 제재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외무부 측도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기 전까지 유엔 제재가 계속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 14일엔 뉴욕의 주유엔 미 대표부를 찾아 중국, 러시아를 포함 15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을 대상으로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전까지 제재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건대표는 이어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독일·프랑스·러시아·중국) 가운데 영·프·독 3개국 카운터파트를 만나 또 한번 대북 제재 공조를 강조한 셈이 된다. 안보리는 지금까지 대북 제재 결의안 11건을 채택했으며 안보리 의장국은 이달엔 프랑스가, 4월은 독일이 맡는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협상 소강기에 접어들자 미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문단속하는 모양새다.

19일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오후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거쳐 북한에 귀국했다고 일본 NHK가 보도했다. [사진 NHK 웹사이트]

19일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오후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거쳐 북한에 귀국했다고 일본 NHK가 보도했다. [사진 NHK 웹사이트]

이에 북한은 제재를 어떻게 돌파할지 맞서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북한은 19일 지재룡 중국 대사, 김형준 러시아 대사, 김성 유엔 대표부 대사를 평양으로 불러들였다. 지난해 7월 대사회의(재외공관장회의)가 있었던 만큼 이들 대사의 평양행은 현 북·미 상황에 대한 평가와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일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15일 “북·미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라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회견 이후 일제히 ‘침묵’ 모드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최선희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북·미 협상을 계속할지, 이른바 군사적 도발로 여겨지는 ‘새로운 길’을 모색할지 고심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비교적 북한 편인 중·러 자국 대사와 유엔 대사를 불러들인 걸 보면 인공위성(장거리로켓)을 발사했을 때 유·불리를 따지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분석했다.

최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의 연장선상에서 실제 자신들이 위성을 발사했을 때 중·러를 통한 설득이 가능할지, 안보리 움직임 등을 사전에 논의하는 차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위성락 전 주러 대사는 “미국은 ‘선 비핵화-후 제재완화’라는 입장을 하에 외연을 넓히며 고삐를 죄고 있고, 북한도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며 “정상회담 결렬 후 불가피한 과정이지만 양측이 점점 멀어지고 있어 우리 정부의 면밀한 상황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