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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도 마약했다"···'애나' 아닌 제3자가 경찰 진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남 클럽 ‘버닝썬’을 둘러싼 의혹이 ‘권력형 게이트’로까지 비화된 가운데 ‘마약’이 다시 사건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찰이 마약 관련자를 조사하던 중 “승리도 마약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면서다.

이 진술을 한 사람은 버닝썬 내 마약 투약 및 유통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인 여성 ‘애나’가 아닌 제3자라고 한다. 경찰은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 18일 가수 승리(29ㆍ본명 이승현)를 재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승리는 이 조사에서 마약 투약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고 알려졌다. 경찰은 "승리가 마약 혐의 혐의로 입건된 것은 아니고 아직 내사단계"라고 전했다.

버닝썬 마약공급 의혹을 받고 있는 애나가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로 2차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버닝썬 마약공급 의혹을 받고 있는 애나가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로 2차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애나는 버닝썬 내 마약 관련 의혹을 밝힐 주요 인물 중 하나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마약 반응 검사에 따르면 애나의 모발에서는 엑스터시와 케타민이 검출돼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에 경찰은 19일 오후 애나를 재소환해 6시간 가량 조사했다. 애나는 경찰 조사에서 “중국인 손님들과 (버닝썬 내에서) 마약을 투약한 건 맞지만 내가 그들에게 약을 준 것은 아니”라며 “그들이 직접 약을 가지고 와서 같이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마약을 투약했다는 사실만 인정하고 유통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이다. 경찰은 그럼에도 애나가 마약 유통 혐의와 관련 있을 것으로 보고 조만간 신병처리를 결정할 방침이다.

클럽에서 마약을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문호 '버닝썬' 대표가 19일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2019.03.19 김상선 기자

클럽에서 마약을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문호 '버닝썬' 대표가 19일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2019.03.19 김상선 기자

결국 핵심은 버닝썬 내부에서 이뤄지는 마약 유통을 버닝썬 주요 관계자들이 알고 있었는지 여부다. 이들이 유통을 알고도 방조했는지, 혹은 유통에 관여까지 했는지 밝히는 것을 관건으로 보고 있다. MD(클럽 영업사원)가 고객 유치를 위해 클럽 내에서 마약을 공급했다 해도 이들이 클럽 관계자들의 지시를 받는 관계는 아니기 때문에 이사 등 클럽 관계자들이 ‘몰랐다’고 하면 둘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기 쉽지 않다.

19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청구된 이문호(29) 버닝썬 공동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도 결국 ‘마약 유통 혐의에 대한 입증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마약 유통에 관한 혐의를 입증하려면 증거가 있거나 구매자·도매상 등의 진술 받아야 하는데 이 부분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문호 대표는 마약과 관련한 자신의 혐의를 일절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마약 혐의로 구속 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해 7월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이모(46) 버닝썬 공동대표가 전직 경찰 강모(44)씨에게 전달했다는 2000만원은 이씨 개인돈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승리가 이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전날 '이 공동대표가 승리에게 보고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됐으나 경찰은 해당 녹취록만으로는 무엇을 보고했는지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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