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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불황…인구 1000명당 결혼 고작 10명 '역대 최저'

중앙일보

입력

결혼 일러스트 [중앙일보 DB]

결혼 일러스트 [중앙일보 DB]

지난해 국내 혼인 건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결혼하는 부부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불황에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국민이 지난해 정점을 찍었다는 의미다.

경제 위기마다 결혼 줄어…역대 최저 혼인율, 불황 반영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000명당 혼인신고 건수(조혼인율)는 5건으로 전년 대비 0.2건 줄었다. 결혼한 부부 두 사람이 한 건의 혼인신고를 하게 되므로 인원수로 따지면 1000명 중 10명만 결혼했다는 의미다. 이는 통계를 작성한 1970년 이래 가장 낮았다.

조혼인율은 외환위기·금융위기 등 한국 경제 위기 국면에서 급격히 줄어든다. 경제성장률이 -5.5%(1998년)로 크게 떨어진 외환위기 당시 조혼인율은 1996년 9.4건에서 2년 새 8.0건으로 떨어졌다. 성장률이 5%대로 회복된 2006년부터는 다시 회복세를 보이다 금융위기 전후로 또다시 크게 줄었다. 2007년 조혼인율은 7.0건을 기록했지만, 2009년에는 6.2건을 기록했다. 성장률 2~3%대 저성장기에 들어간 2012년부터는 꾸준히 결혼 인구가 줄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9.5% 달한 청년 실업률, 전셋값 상승에 결혼 어려워 

청년 실업난(15~29세 실업률 9.5%)에 한창 결혼을 많이 했던 연령대에서 혼인 건수가 더 크게 줄었다. 지난해 30대 초반 남자의 혼인 건수는 5300건으로 전년 대비 5.4%, 20대 후반 여자는 3300건으로 3.5% 줄었다. 취업 준비 기간도 길어지면서 남녀 모두 처음 결혼하는 나이가 늦어졌다. 남자의 평균 초혼 연령은 33.2세, 여자는 30.4세로 남녀 모두 0.2세 높아졌다. 결혼하는 청년층이 줄어든 결과는 출산율 저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출산율은 사상 최초로 1명 이하로 줄어든 0.98명을 기록했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경제적으로 20~30대 실업률이 높아지고 주거비 부담이 늘어난 것이 결혼 적령기 혼인이 줄어든 원인으로 분석된다"며 "경제 지표가 좋아져야 혼인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혼인 건수도 25만7600건으로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청년 인구 감소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남녀와 결혼은 급증…"한류 열풍 여파"

한국인 간 혼인은 줄었지만, 외국인 남녀와의 혼인은 8.9% 늘어난 2만2700건에 달했다. 외국인 여자와 결혼한 한국 남자는 11.7%, 외국인 남자와 결혼한 한국 여자는 2.1% 증가했다. 한국 남자는 베트남(38.2%)·중국(22.1%)·태국(9.4%) 국적. 한국 여자는 중국(24.4%)·미국(23.6%)·베트남(9.6%) 국적의 이성과 결혼하는 비중이 높았다. 통계청은 태국·베트남 등지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인구가 많은 데다, 한류 열풍 등이 외국인과의 결혼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혼 건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인구 1000명당 이혼신고 건수(조이혼율)는 2.1건으로 2015년 이후 4년 연속 같은 수치를 유지했다. 다만 은퇴 시기에 다다랐거나 자녀를 성년으로 키우고 갈라서는 황혼이혼은 꾸준히 늘었다. 혼인 기간 20년 이상인 황혼이혼이 9.7% 증가했다.

김 과장은 "인구 구조가 고령화하고 기대수명도 계속해서 늘다 보니 60대 이상 연령층의 이혼도 늘고 있다"며 "부모의 도리를 강조하는 유교적 사고에 따라 미성년 자녀를 키울 땐 이혼을 미루다가 어느 정도 독립시킨 뒤에 이혼하는 부부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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