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에 가스공사 '웃고', 한전 '울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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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인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면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연결기준 60조6276억원 매출에 20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2017년(4조9532억원)에 비해 무려 5조1612억원이나 감소했다. 이에 1조174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6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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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연결기준 26조1850억원 매출에 1조276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각각 18.1%ㆍ23.3%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5267억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16년만 해도 두 회사의 상황은 정반대였다. 한전은 10조 원대의 영업이익이라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고, 가스공사는 이후 2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며 배당금도 지급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가 탈원전과 미세먼지 감축 등을 위해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을 늘리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LNG는 원전이나 석탄발전보다 발전 비용이 비싸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제 유가 상승 기조 속에 LNG 가격도 크게 뛰었다. 결국 전력구입비가 늘면서 한전의 원가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LNG 발전 비중은 2016년 22.4%에서 지난해 26.8%까지 올랐다.

반면 국내 LNG의 대부분을 수입ㆍ공급하는 가스공사는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가스공사는 해외에서 천연가스 탐사와 개발ㆍ생산 등을 맡고 있기도 하다. 국제 유가가 급등해 상대적으로 LNG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고 있는 데다, 원전 이용률 감소가 LNG 수요 증가로 이어져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가스공사가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의 수혜주로 불리는 까닭이다.

이런 움직임은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3년 전인 2016년 3월에는 한전의 주가가 2만원 이상 비쌌다. 그러나 19일 한전의 주가는 3만3450원, 가스공사의 주가는 5만200원으로 가스공사가 더 비싸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LNG 성장성에 따라 보장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며 가스공사에 대해 밝은 전망을 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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