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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시조를 창작하다 보면 종장의 앞 부분자리에 이르러 고섬하게 되어 있다. 초·중장의 자리까지 이어 낸 표현들을 일단락 짓는 결론적인 호흡으로 흘러야 하기 때문에 그러하고, 그것도 첫째 마디는 반드시 3음절이어야 할뿐 아니라 두번째 마디는 5음절 혹은 그 이상이어야 하는것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3음절의 고정성, 5음절 혹은 그 이상의 신장성, 이 두 어려움을 치러내지 못한다면 정상을 정복한 일도 없이 편리한대로 등산길에 올랐다가 발길을 쉽게 되돌린 결과와 다름없을 일이다. 그러한 어려움 때문에 시조 쓰는 맛을 갖게 된다. 한 그루 꽃나무에 꽃이 만발했을 무렵과 같거나 열매들이 가장 탐스럽게 빛나고 있는 무렵과 같은 자리가 바로 종강의 앞부분 자리다.
꽃 보자고 꽃나무를 가꾸고, 열매 따자고 과일나무 손질하고, 종장 잘 얻자고 시조 쓴다는 말도 있다. 초보자들일수록 이 말을 무심히 흘려서는 안될 것이다.
『풍경』-꾸준히 보내오는 이 작자의 이번 작품도 시상 잡는 눈길이 상당함을 느끼게 한다. 3수를 2수로 줄여서 내는 뜻은 올챙이 꼬리를 잘라 개구리 모습으로 갖춰지도록 하자는 의도 때문이다.
그리고 되양되양하게 끝손질된 종강자리를 약간씩 도왔다.
『상행하며』-표현을 둘러서 놓을줄 아는 암시능력을 가진 듯하다. 「통일호 북행열차」가 우리들의 남북통일 열망을 뜻한 일임을 알수 있고, 초장이 갖는 표현력도 이채롭다.
『한라산』-3장을 빈틈없이 짰다는 말부터 하고 싶다. 초보자의 종장치고는 남다르다.
『고향집』-3수중에서 제1수만 살렸다 잘라낸 부분은 모두 정리되지 못한 산문처럼 여겨졌다. 당분간 1수씩만 써 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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