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세먼지로 인한 생산활동 손실이 4조원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장 타격을 입은 업종은 실외에서 작업하는 농림어업이었고, 30·40대와 고소득 계층에서 미세먼지에 대처하기 위한 지출을 많이 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7일 발표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세먼지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4조230억원으로 추산됐다. 연구원은 지난달 18~28일 전국 성인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자체 분석을 통해 이처럼 추산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산업별 체감 생산활동의 제약 정도와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일수 등을 고려해 경제적 손실 비용을 추산했다. 설문을 통해 나온 체감 생산활동 제약 정도를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환산한 뒤, 사업별 종사자 수 비율로 가중평균을 냈다. 이를 하루 손실금액으로 나눈 뒤 전국 평균 미세먼지·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일수(25.4일)를 곱해 연간 비용을 계산했다.
미세먼지로 인한 경제손실 4조230억원은 명목 GDP의 0.2% 수준이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1일당 손해비용은 약 1586억원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는 주로 실외에서 일하는 농림어업이 8.4%로 직접 느끼는 제약 정도가 가장 컸다. 기타 서비스업이 7.3%, 전기·하수·건설이 7.2%였다. 근무지별로는 실외 근무자의 체감 생산활동 제약 정도가 13.6%, 실내 근무자는 5.7%였다.
미세먼지가 일상화하면서 이에 대처하기 위한 가계 지출 비용은 가구당 월평균 2만1260원으로 조사됐다. 2017년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액(256만원)의 0.83%를 차지한다. 미세먼지 지출은 30·40대와 고소득층에서 큰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가구는 월평균 2만5780원, 40대 가구는 2만3720원을 썼다. 소득수준별로는 월 소득 500만원대 가구가 2만6040원을 쓴 반면, 월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는 1만590원만 지출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55%의 응답자가 ‘있다’고 대답했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에선 20대와 고소득층의 지불의사 비용이 높게 나타났다. 20대는 평균 5452원을 낼 수 있다고 답했지만 60대 이상은 평균 3696원을 낼 수 있다고 답했다. 소득수준별로는 월 소득 600만원 이상인 응답자가 평균 6120원을 낼 수 있다고 답했고, 월 소득 200만원 미만 응답자의 평균 지불의사 비용은 3808원이었다.
미세먼지로 인해 불편을 호소한 응답자는 전체의 87.2%에 달했다. 일상생활에 미친 변화를 묻는 지문에는 37%가 ‘실내활동 증가’라고 답했고, 31%는 ‘마스크 착용’을 들었다. 미세먼지로 인한 가장 심각한 피해로는 ‘건강 악화’(59.8%)가 꼽혔다. ‘실외활동 제약’(23.5%), ‘스트레스 증가’(10.3%), ‘공기청정기·마스크 등 비용 증가’(4.7%)라는 응답도 나왔다.
미세먼지의 원인에 대해서는 ‘중국 등 주변국의 영향’(73.8%)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경유차 등 자동차 배출가스’(10.5%), ‘석탄화력발전소 등 에너지산업’(6.0%)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선 ‘중국 등 주변국과 공동연구를 통한 과학적 규명’(67.9%)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민지원 경제연구실 연구원은 “미세먼지 원인에 대해 중국 등 주변국의 영향, 서해안 석탄화력발전소 등 다양한 주장이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며 “주변국과의 공동연구를 통한 대기오염 상호영향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은 미세먼지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취약계층을 위한 공기정화시설 지원과 마스크 보급 등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