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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39.6℃ 폭염 …작년 '기상이변' 올해도 올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성태원의 날씨이야기(40)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2019년 3월 상순은 최악의 미세먼지로 곤욕을 치렀다. [연합뉴스]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2019년 3월 상순은 최악의 미세먼지로 곤욕을 치렀다. [연합뉴스]

2019년 3월 상순은 기상·기후 역사상 최장기간 고농도 미세먼지 때문에 곤욕을 치른 시기로 기록됐다. 남녘으로부터의 봄꽃 소식에 마냥 들떠있을 시기에 일주일 이상 숨쉬기조차 힘든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미세먼지는 환경 공해다. 하지만 기상·기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런 만큼 기상·기후 역사는 이번 3월 상순을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의 숨통을 조였던 시기’로 규정할 게 틀림없다. 올해 남은 9개월여 동안 어떤 이상기후가 또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과거는 오늘과 내일을 비추는 거울이다. 기상·기후도 마찬가지다. 오늘과 내일의 기상·기후를 분별하기 위해서는 과거 기록을 과학적으로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상청이 최근 내놓은 ‘2018 이상기후 보고서’에 눈길이 가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이 보고서는 국무조정실,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23개 유관기관이 합동으로 마련한 것이다.

이상기후의 발생 원인과 농업, 해양수산, 산림, 환경, 국토교통, 재난안전 등 총 8개 분야별 피해 현황을 담고 있다. 향후 이상기후 대응책 마련에 도움을 주려는 의도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은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 ▷혹한 ▷짧은 장마 ▷3월 이상고온 ▷10월 폭우 등 갖가지 이상기후가 극성을 부렸던 한 해였다. 이런 악(惡)기상 때문에 엄청난 고생을 했을 터인데도 벌써 까마득히 잊고 사는 듯해서 흠칫 놀라게 된다.

2018 우리나라 지역별 특이 기상 분포도. [자료 기상청]

2018 우리나라 지역별 특이 기상 분포도. [자료 기상청]

2018년 이상기후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살인적인 폭염과 열대야’다. 폭염일수 31.4일(평년 9.8일), 열대야 일수 17.7일(평년 5.1일)로 둘 다 관측 이래 최다 1위를 기록했다. 그때까지 폭염 최다 1위 기록을 갖고 있던 1994년을 가볍게 눌렀다. 장마 기간이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일찍 끝나면서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더 길게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이례적인 폭염이 나타났다.

특히 8월 1일 홍천은 일 최고기온 41.0℃로 우리나라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서울도 39.6℃로 관측 시작(1907년 10월 1일) 111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평소 잘 들어보지 못하는 기상·기후 통계지만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 최고 1위 기록도 낳았다.

살인적인 폭염으로 지난해 여름 온열 질환자 수도 4천 526명(사망 48명)으로 2011년 이래 최다를 기록했다. 최대 전력수요도 9만 2천478MW(7월 24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해양 고수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어류 집단폐사 등 양식 생물 피해액이 604억 원에 달했다.

2018년 여름과 겨울은 한반도의 더위와 추위가 극한으로 치달았다. 서울이 40도에 육박하는 더위를 기록했고(위), 냉동고 추위에 바다가 얼어붙기도 했다(아래).[중앙포토]

2018년 여름과 겨울은 한반도의 더위와 추위가 극한으로 치달았다. 서울이 40도에 육박하는 더위를 기록했고(위), 냉동고 추위에 바다가 얼어붙기도 했다(아래).[중앙포토]

2018년 초반의 혹한도 엄청났다. 1월 23일~2월 13일 사이 20여 일 동안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강한 한파가 밀어닥쳤다.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낮은 최저기온 분포를 보이면서 바로 코앞에 닥친 평창 동계올림픽(3월 9~18일) 개최를 걱정하게 하였다. 곳곳의 최저기온이 영하 20℃에 육박했고, 낮 기온도 대부분 영하를 나타냈다. 서울의 최저기온은 1월 23일 -14.6℃, 24일 -16.3℃, 25일 -16.4℃, 26일 -17.8℃, 27일 -15.9℃를 나타냈다. 그야말로 ‘냉동고 추위’였다.

당시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0.6℃에 불과했다. 한강 곳곳에 마치 시베리아처럼 유빙(遊氷)이 둥둥 떠다닐 정도였다. 한랭 질환자도 631명(사망 11명)이나 발생해 2011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해양 저수온으로 103억 원 상당의 수산업 피해가 났다. 한파와 대설로 인해 제주공항, 여수공항의 항공기 결항이 유독 많았다.

2018년에는 '최고 기록'을 달성한 날이 많을 정도로 이상기후가 자주 관측됐다. [이미지 icooon mono, 제작 조혜미]

2018년에는 '최고 기록'을 달성한 날이 많을 정도로 이상기후가 자주 관측됐다. [이미지 icooon mono, 제작 조혜미]

2018년 장마는 그 수명이 짧기로 유명했다. 평년(32일)의 절반 정도인 14일(남부)~21일(제주)에 불과했다. 이는 1973년(남부 6일, 제주 7일) 이래 두 번째로 짧은 장마 기간이었다. 장마가 너무 일찍 끝나는 바람에 불볕더위가 더 빨리, 더 오랫동안 극성을 부릴 기회를 준 셈이 됐다.

2018년 3월에는 따뜻하고 습한 남풍 기류가 자주 유입돼 평년보다 기온이 매우 높고 강수량도 많아 급격한 날씨 변화를 초래했다. 1973년 이래 3월 전국 평균 최고기온 1위, 강수량 최다 3위를 기록했다. 과수(果樹) 개화가 너무 앞당겨져 농업에 큰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2018년 10월 5~6일엔 제25호 태풍 ‘콩레이’가 한반도에 상륙해 엄청난 비를 뿌렸다. 이에 따라 10월 전국 강수량(164.2㎜)이 1973년 10월 이래 1위를 기록했다. 경상도 동해안 일대가 침수돼 2명의 인명 피해와 549억 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냈다. 당시 눈에 띄게 많은 일 강수량을 보인 지역은 제주 310㎜, 부안 90.5㎜(이상 10월 5일) 남해 225.5㎜, 영덕 220.5㎜, 합천 182.5㎜, 포항 179.4㎜(이상 10월 6일) 등으로 엄청난 폭우였다.

성태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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