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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총리 교체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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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진작부터 정부 핵심권에서는 "한 부총리가 유연하지만 약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한 부총리는 이주성 국세청장의 사표에 앞서 지난주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다가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사의 표명 이후 한 부총리의 사표 제출도 표면 위로 떠올라 양 부총리의 전면 교체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게 된 것이다.

한 부총리는 이날 오후 5시40분쯤 브리핑실에 들러 "대통령이 탄력성을 갖고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지난주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 관계자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한 부총리의 교체는 선거 참패 이후 분위기 쇄신이라는 명분도 있지만 좋지 않은 상황도 크게 작용했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문제와 관련해 감사원과 재경부가 맞서고 재경부 출신 인사들이 수뢰 문제로 구속되는 사건 등이 잇따라 벌어진 데다 한 부총리가 경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임 부총리에 권오규 청와대 정책실장, 후임 정책실장에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 기획예산처 장관에 장병완 차관, 국세청장에 전군표 차장이 임명될 것이라는 소식에 경제 부처 관계자들은 새 경제팀의 성향이 한 부총리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권 정책실장은 재경부 관료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초기 청와대 정책수석을 거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지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계속 추진한다는 차원에서 권 실장의 이런 경력을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재경부 공무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장관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곧바로 경제부총리에 임명될 경우 리더십 발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다른 경제 부처 장관들보다 고시 기수(15회)나 나이(54세)가 앞서지 못하는 점도 부담이라는 것이다. 한 공무원은 "권 실장은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리더형이라기보단 참모형에 가깝다는 평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변 장관의 청와대 정책실장설에 대해서도 관가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과 예산처 장관 경험이 양극화와 저출산대책 등 현 정부의 후반기 역점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반면 경제뿐 아니라 사회정책까지 총괄해야 할 정책실장으로선 예산 외에 다른 행정 경험이 적다는 지적과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대통령과 코드 맞추기에 치중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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