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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 투자자 비인기 지역 집부터 매도…부동산 시장 양극화 더 커질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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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4일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뉴스1]

14일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뉴스1]

올해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의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집값 하방 압력이 더욱 세질 전망이다. 정부의 강력한 집값 안정화 정책으로 주택시장이 침체하는 가운데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라는 악재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앞서 단독주택 공시가격도 급등했지만 주택 중 공동주택 거주자가 대부분이어서 공동주택 공시가격안 발표의 영향이 더 크다.

서울·경기 일부 공동주택 공시가격 급등 #보유세 증가 피하려 매도세 심화 전망 #다주택 갭투자자 대거 급매물 던질 수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대출 규제 등으로 거래절벽과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시가격 급등까지 겹쳐져 시장의 먹구름이 더욱 짙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부과 기준일인 오는 6월 1일 전에 집을 팔려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공시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공정시장가액비율 등이 높아져 보유세 부담은 점차 불어나고, 결국 주택 매도세가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진다.

특히 높은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을 이용해 적은 자기 자본으로 집을 산 '갭 투자자'들이 주택 처분에 나서면서 집값 하락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종부세가 가산 세율로 중과되고 세 부담 상한도 느슨해진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올해 공시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의 주택시장이 움찔할 것으로 보인다. 변동률 상위 5곳은 경기도 과천시(23.41%)와 서울 용산구(17.98%)·동작구(17.93%),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17.84%), 광주광역시 남구(17.77%)다. 주로 서울, 전용면적 85㎡ 초과, 집값 9억원 초과 공동주택일수록 공시가격 상승 폭이 크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고가 주택이 많은 곳은 그만큼 자산가가 많은데, 이들은 매도보다는 증여를 택할 수도 있다"며 "이는 최근의 거래절벽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기획관리본부 리서치팀장은 "다주택 갭 투자자들이 비인기 지역의 주택부터 매도할 것이기 때문에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이번 공시가격 예정안 발표로 집값 하락세가 급격히 가팔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경기 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는 데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3%가량을 유지하고 있는 등의 상황이기 때문에 집값 급락을 낳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금 부담 증가에 대해 일부 조세저항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세금 부담을 임대료에 전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는 탓에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전국의 주택시장은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9% 떨어졌다. 특히 서울은 0.10% 내리며 18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이는 2013년 5월 4주부터 8월 4주까지 14주 연속 떨어진 이후 최장 기간 하락세다.

거래량도 '거래절벽' 수준으로 급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주택 매매 거래량은 5만286건으로 전년 동월(7만354건) 대비 28.5% 감소했다. 1월 거래량은 2013년(2만7070건) 이후 6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589건(잠정)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2월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2013년 1월(1196건) 이후 두 번째로 낮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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