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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에 뺏긴 졸업장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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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950년의 그날처럼「일요일의 6·25」를 맞은 39주년 6·25에 전국 곳곳에서는 그날의 악몽을 되새기며 오늘 새삼 마음을 가다듬는 각종「6·25를 생각하는 모임」이 잇따랐다.
25일 오전11시 서울경복고(교장 박용전) 강당에서는 50년 당시 6년제경복중 6학년에 재학중이던 3백37명을 대상으로 「38년만의 졸업식」이 열렸다.
학적부가 전쟁통에 불타 없어졌기 때문에 동창회 (26회) 에서 출석부 사본과 당시 재직교사·동기생의 증언등을 토대로 3백37명의 졸업자를 확인했으나 이중 38명은 이미 타계했고 행방불명자도 68명이나 됐다.
이날 졸업생대표로 답사를 한 오수인씨 (58· 한국골든벨상사사장) 는 『동기생들이 뒤늦게나마 졸업식이라는 형식을 갖추게 된 것은 은사들의 은혜를 상기하고 6·25의 비극을 한번더 되새겨 이 시대의 사명감을 후배들에게도 전해주기 위한것』이라며 벅찬 감회를 나타낸 뒤 단상에 올라가 홍두표 당시경복중교무주임 (79) 등 옛 스승들에게 큰절을 했다.
1백80여명의 참석졸업자 이외에 사망 또는 행방불명된 동문에게는 미망인·후손등에게 졸업증서가 주어졌다.
3백37명의 졸업생중에는 정호근합참의장, 김성환화백, 서울대 홍승오교수(불문학), 미술평론가 이일씨, 철학자이자 문학평론가 박리문교수(미시먼스대)등 저명인사들도 많이 눈에 띄었으나 동기생중 김남영씨(58)는 6·25참전중 입은 전신화상의 후유증으로 목발을 짚고 나와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환갑이 다된 졸업생들의 아들·며느리등 가족과 이한동내무부장관(27회) 김상준서울시교육감(21회) 박승서변호사(21회·동창회장)등 동창들, 재학생 후배인 경복고 1년생 2백여명도 이날 자리에 나와 축하분위기를 돋웠다.
이날의 「백발 졸업생」들중 유일한 4성현역장성인 정호근합참의장은 『시국이 어수선한 이즈음 39년전과 같은 일요일인 6·25날을 맞아 벌어진 이 행사는 매우 뜻깊다』며『조국을위해 싸우다 전사한 동기생들이 참석하지 못한것이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이밖에 서울동작동국립묘지에서는 참배객 5만여명이 호국영령의 넋을 기렸고, 이날 오전11시 남산에서는 한국반공건국청년운동회 (회장윤치영)주최로 반공건국청년순교자 합동추념제가 열렸으며, 오후 4시 영락교회에서는 「6·25상기기도회」가 신도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또 임진각에서는 대한감리교단 신도 5백여명이「6·25상기및 평화통일기원대성회」를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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