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환자, 사람 아닌 휴대용 기계로 신체 회복 측정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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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환자 재활 모습.[중앙포토]

뇌졸중 환자 재활 모습.[중앙포토]

사람이 직접 관찰하지 않고 기계를 통해 뇌졸중 환자의 재활 정도를 살펴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백남종, 김원석 교수 연구팀은 휴대용 가속계를 이용해 뇌졸중 환자의 신체 활동과 에너지 소모를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음을 연구를 통해 알게 됐다고 13일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 휴대용가속계 모니터링 연구결과 #환자 신체 활동량·에너지 소모 객관 수치화 가능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세포가 파괴되는 질환이다. 손상된 뇌의 부위에 따라 팔다리의 마비, 언어장애, 연하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뇌졸중에선 재활이 중요하다. 발병 후 신속히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은 뒤, 운동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집중 재활치료를 해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뇌졸중 재활에 있어 중요한 것은 개인별 맞춤 재활전략 수립이다. 개인마다 다른 재활치료 참여도, 치료 시간 외 활동 등의 차이를 모니터링해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하지만 활동량을 계량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을 투입해 지속해서 관찰 모니터링을 해야 했다. 보통은 보호자나 환자가 직접 재활 일지를 작성해야 했다. 이는 현실적으로 시행이 어려울 뿐 아니라 데이터의 정확도도 떨어졌다.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백남종(오른쪽), 김원석 교수.[사진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백남종(오른쪽), 김원석 교수.[사진 분당서울대병원]

백남종·김원석 교수 연구팀은 입원 재활을 받는 뇌졸중 환자에게 휴대용 가속계를 착용하게 했다. 2015년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에 입원하여 재활치료를 받은 24명의 뇌졸중 환자가 대상이었다. 3일(72시간) 동안 연속으로 양쪽 손목과 발목에 휴대용 가속도계를 착용하고 생활하도록 했다. 이와 별도로 오전 9시~오후 5시 일과시간 동안 연구자가 30분 간격으로 환자의 활동에 대한 관찰일지를 작성했다.

연구 결과, 환자들이 휴대용 가속계를 평균 착용한 시간은 하루 중 21시간이었다. 가속계를 환자들이 편리하게 장시간 착용했던 셈이다.
휴대용 가속계를 이용해 측정된 에너지 소모량과, 연구자가 직접 한자의 운동 강도, 시간 등을 상세히 기록한 관찰일지와 비교해보니 상관계수가 0.89에 달했다. 연구팀은 이것이 휴대용 가속계의 측정 내용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또 측정 결과가 일관된 결과를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한 신뢰도 분석에서는 휴대용 가속계 이용에 대한 급내상관계수가 0.95 이상이었다. 여러 번의 반복측정에도 불구하고 높은 신뢰도를 보인 것이다.

김원석 교수는 “휴대용 가속계를 사용해 환자의 신체활동량을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높은 신뢰도와 타당도를 통해 증명됐다”며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환자의 재활치료 참여 정도와 에너지 소모 등을 정량적으로 모니터링해 맞춤형 재활계획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남종 교수는 “휴대용 가속계 같은 기기를 이용하면 적절한 재활치료, 환자의 참여 여부, 회복 경과, 퇴원 후 기능 유지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의료진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다양한 중증도를 가지는 다른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해 12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됐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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