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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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범죄 사회학에서는 범죄가 범죄인의 성격 여하에 따라 저질러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이 그것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사회는 개인에게 커다란 범죄 요인을 주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형사 사회학과의「리스트」같은 사람은 『범죄는 사회 생활의 한 현상이다. 그래서 범죄의 생물학적인 견해, 이를테면 범죄를 범죄인의 신체적·정신적 특성에서만 유도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범죄의 순간에 존재하는 범죄인의 특성은 생내 요인으로부터 다시 발달하여 그가 출생한 이후부터 받아온 외부적 관계 여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범죄는 사회적 공동책임이며 그 근본 대책은 오직 「올바른 사회」를 형성하는데 있음을 강조한다.
최근 북경 사태 이후 중국에서 일어난 일련의 처리 과정을 보면 중국의 위정자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범죄」를 자신들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려는 것 같다.
그들은 수많은 사상자를 낸 지난번 사태 때에도 군의 피해자에게만 알뜰한 조의를 표했을뿐 나머지 민간인 피해자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이 없었다.
그것은 공산주의 혁명을 방해하는 자는 비록 동족일 망정 모두 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번 민주화 과정에서 체포된 3명의 근로자를 공개 처형한데 이어 24명을 다시 처형하여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이들의 처형은 수많은 시민이 지켜보는 공개 장소에서 집행되었으며 그것을 TV화면을 통해 전세계에 보여줬다는 점에서 충격의 파장은 더욱 크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은 중국 정부의 「잔인한 조치」에 대해 일제히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고 중국에 대한 제재조치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은 과거 세 차례의 정변을 거치면서도 정치범에게는 사형을 처한 일이 없었다. 76년 모택동 사후 4인방의 경우도 그랬고, 76년 「북경의 봄」당시 위경생에게도 15년형을 처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에 처형한 시위자들은 모두 일반 형사범으로 취급, 재판 과정도 거의 생략한 채 전격적으로 처리한 것이다.
정치적 사건으로 인한 처형도 그렇지만 더욱 중요한 문제는 중국 정부가 자신들의 과오는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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