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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09년, 이번엔 버닝썬…강남서 도는 ‘경찰 유착 비리 10년 주기설’

중앙일보

입력

[일러스트 김회룡]

[일러스트 김회룡]

클럽 직원의 손님 폭행으로 시작된 ‘버닝썬 사건’이 빅뱅 승리가 얽힌 경찰 유착 비리, 마약 유통 의혹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이를 두고 ‘경찰과 강남 클럽 유착 비리 10년 주기설’이 거론되고 있다.

98‧09‧19년의 묘한 평행이론

1998년 5월 서울 강남경찰서 일부 직원이 유흥업소 업주에게 거액의 뇌물을 받고 호화생활을 하다 적발됐다. 유흥업소 업주들은 매달 일정 금액을 상납했고, 경찰 후임이 오면 돈줄도 그대로 인계됐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정화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강남경찰서장과 서울경찰청 경무과장이 직위 해제됐고, 강남서 간부 4명은 징계위원회 회부, 경찰관 3명은 파면 조처됐다.

11년 뒤인 2009년 4월엔 안마시술소 업주에게 단속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매달 수십만원씩 받은 강남서 논현지구대 소속 경찰관 5명이 파면과 해임의 중징계를 받았다. 3개월 뒤인 그해 7월엔 유흥업소 업주들로부터 정기적으로 돈을 받은 강남서 역삼지구대 경찰관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15명은 파면, 2명은 해임당하는 등 모두 21명이 징계를 받았다.
두 시기엔 공교롭게도 연예인이 포함된 강남 일대 마약 사건도 벌어졌다. 1998년 5월에는 현역 국회의원 아들이자 그룹 ‘닥터 레게’의 리드보컬 김장윤씨를 비롯한 연예인과 조직폭력배 등 17명이 마약을 상습 복용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은 강남 호텔에서 대마초를 한 혐의를 받았다. 2009년 4월에는 강남 일대 클럽에서 마약을 수십 차례 복용한 연예인들 5명이 검거됐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난 6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미성년자 출입 사건과 관련해 버닝썬 측이 사건을 무마하려 한 정황을 포착하고 유착 고리로 지목된 전직 경찰관 강모씨, 이모 버닝썬 공동대표 등 핵심 피의자들을 소환 조사했다. 또 마약류 투약 등의 혐의로 직원 조모씨 등을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고 유통 경로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전직 경찰 “이대로면 버닝썬 같은 일 또 일어난다”

전‧현직 경찰 모임 무궁화클럽의 양동열 사무총장은 “강남 경찰과 유흥업소의 유착 비리는 10년마다 불거진다”며 ‘10년 주기설’을 주장했다. 양 사무총장은 2009년 당시 비리 책임자의 승진을 비판하다 위계질서 위반을 이유로 파면당했다.

그는 “과거에도 비리가 알려지면 인사이동하고, 부정부패 교육도 했다. 몇 개월은 조심하며 지내지만, 점점 망각한다”며 “다시 매수되는 경찰이 생기고, 관계가 공고해지다 비리가 거품처럼 커져 터지는 기간이 10년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강남지역 클럽은 ‘준 치외법권 지역’이라는 것이 양 사무총장의 말이다. 그는 “80%는 신고가 들어와도 경미한 사건이라며 제대로 조사 안 한다”며 “특히 버닝썬처럼 직원이 연관된 유흥업소에 문제 될 사건은 단순 손님 사건으로 처리해버린다”고 밝혔다.

“경찰 감찰하는 외부 조직 만들어야”

경찰 출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 감찰 기구가 내부에 있는 한 조직적인 경찰의 유착 비리를 눈감고, 꼬리 자른다는 의혹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대책으로 경찰 감찰을 전담하는 감시기구인 경찰위원회 강화를 역설했다. 경찰위원회는 지난 1991년 경찰 직무의 공정성을 감시‧감독하기 위해 설치됐으나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최소한의 경찰 견제조차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표 의원은 “경찰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제출했고, 현재 국회에서 검토 중”이라며 “감찰 기능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현재와 같은 경찰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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