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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2조 위안 감세’ 경기 띄워도 한국 기업 수출은 팍팍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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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6호 14면

올 한 해 중국 정부가 공격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태세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올 성장목표가 6~6.5%라고 5일 개막한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인민정치협의회)에 보고했다. 지난해 목표치는 6.5%였다. 올해 성장 목표는 2000년대 들어 가장 낮다. 리 총리는 “어려운 경제환경을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 전쟁과 유럽 등 주요 수출시장의 경기 둔화 등을 고려한 발언이다.

중 “2월 수출 전년비 20.7% 감소” #수입 총액은 5.2%나 줄어들어 #중국, 성장 목표 6%대 제시했지만 #서방 분석회사들은 4%대 예상 #리커창, 양회서 “공격적 경기부양” #세수보다 466조원 더 쓴다지만 #한국 대중 수출 6월까진 어려울 듯

월가, 수출 증가 예상했지만 되레 급감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실제 8일 나온 중국의 2월 수출입 데이터는 예상보다 나빴다. 중국의 관세청인 해관총서는 “달러 기준 2월 수출이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20.7% 줄었다”고 발표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취합한 월가의 예상치는 1.4% 남짓 증가였다. 한국 기업활동과 밀접한 수입은 5.2% 줄었다. 예상치는 1.4% 정도 감소였다.

영국계 경제분석회사인 캐피털이코노믹스(CE)의 줄리언 에번스-프리처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춘절(설) 연휴가 들어 있는 달은 중국 수출 증가율이 급감했다는 계절적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올 2월 수출 감소는 예외적”이라고 평했다. 대미 수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 유럽 등 다른 나라에 대한 수출도 줄었다. 무역 전쟁과 세계 경제 둔화가 가장 큰 이유였다. 교역 부진은 중국 내수 경제에도 좋지 않다. 이미 중국의 내수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예고한 지난해 4월 이후 둔화 국면에 들어섰다.

이날 수출 부진이 발표된 이후 상하이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4.4%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서방 언론은 “수출 부진이 중국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어떻게 해서든 진행 중인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지어야 하는 이유다. 현재 관심은 지난해 미·중 두 나라가 상대 수출품에 부과한 관세를 얼마나 폐지할 것인가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굿딜이 되거나 노딜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협상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의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결말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다.

서방 분석회사들은 최악을 가정하기 시작했다. CE는 “역풍(무역협상 결렬 등)을 고려하면 중국의 실제 성장률이 4.5%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CE는 원유와 가스, 전기, 철광석 등 원자재·에너지 소비량과 교통량 등을 바탕으로 중국의 분기별 성장률을 추정해왔다. CE가 추정한 중국의 지난해 성장률은 5%대였다. 터무니없는 추정이라고 하기 어렵다. 7일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는 “2008~2016년에 중국 정부가 발표한 실질 성장률이 실제보다 연 2%포인트 정도 부풀려졌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의 대표 저자 가운데 한 명인 정송 홍콩 중문대 교수는 보고서에서 “2007년까지 중국 정부가 오차 등을 수정해 성장률의 정확성을 유지했지만 2008년 이후엔 그런 바로 잡기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실 서방 전문가들은 중국이 공격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선 2009년부터 성장률의 정확성에 대한 의구심을 부쩍 자주 표시했다.

브루킹스 “중국 성장률 연 2%P 부풀려져”

톰슨로이터는 “성장률 신뢰도가 시험대에 올랐다”며 “하지만 중국 정부가 더 우려하는 것은 공식 수치보다 낮은 실제 성장률만큼 경기가 좋지 않아 나빠진 민심”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민심 악화 이면엔 중국 정부의 정책 실패도 한몫 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4월까지 돈줄을 조였다. 트럼프가 추가 관세를 매기기 두 달 전이었다. 트럼프는 2017년 말부터 무역 전쟁을 예고했다. 그 시기 중국 정부는 돈줄을 죄며 주요 국유 기업의 파산을 용인했다. 또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 유입을 억제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스티브 행크 교수(경제학)는 2017년 11월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관세 부과가 실제로 이뤄지면 중국 경제는 침체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며 “중국 정부가 긴축정책을 빨리 접고 무역 전쟁을 대비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기부양 효과 하반기에나 체감 가능

지난해 정책 실패를 겪은 탓인지 리커창은 양회에서 공격적인 경기부양 패키지를 예고했다. 재할인율 인하 등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감세정책을 망라한 것이다. 먼저 그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2018년 2.6%에서 2.8%로 높여 잡았다. 재정적자 비율 목표가 상향 조정된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세수보다 2조7600억 위안(약 466조원) 정도를 더 쓴다는 얘기다. 지방 정부의 지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방채 등으로 조성한 자금이 지난해보다 8%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돈은 지역별 철도 등 인프라 건설에 투입될 계획이다. 리커창은 “감세로 기업의 세금과 사회보험료 부담을 2조 위안(약 337조원) 정도 줄여줄 계획”이라며 “부가가치세 세율을 제조업은 현행 16%에서 13%로, 건설업 등은 10%에서 9%로 각각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부양 규모는 부동산 침체 등으로 경기가 부진한 2015년을 능가할 전망이다. 당시엔 감세 정책이 없었다. 다만, 2009년 중국 정부가 실시한 사상 최대 경기부양(4조 위안)에는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CE의 에번스-프리처드는 보고서에서 “경기 부양 효과가 상반기엔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때까지는 중국의 생산 활동이 위축되면서 수입이 시원찮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기업의 대중 수출이 올 6월까지는 시원찮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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