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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첫발 떼는 승차공유, 카풀 허용하며 택시 참여 길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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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7일 합의한 카풀(승차공유) 제한적 허용은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먼저 평행선을 달리던 이해 당사자가 한발씩 양보해 상생의 결론을 냈다는 점이다. 카풀 시간이 대표적이다. 이날 양측은 '오전 7~9시, 오후 6시~8시 등 출퇴근 시간에 맞춰 제한적으로 허용한다'고 못박았다.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참여했던 카카오모빌리티는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보다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가능해지도록 규제 혁파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며 "이번 타협을 시작으로 이용자와 업계 종사자 모두를 위한 새로운 모빌리티 혁신 생태계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카풀 시간, 양측 양보로 명확히 규정 

이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 1항에는 '출퇴근 시간에 한해 카풀을 허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이 언제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정하지 않아 논란이 있었다. 지금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인수한 승차공유 서비스 '럭시'는 "근무 형태가 다양해져 사실상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낮에 영업을 했고, 이는 택시업계의 "불법 유상 운송"이라는 반발을 불렀다. 양측이 충돌하는데도 관계 당국은 '카풀 영업을 할 수 있는 출퇴근 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 뾰족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합의로 카풀 업체들은 정해진 시간에 한해서는 한개 차량이 출퇴근 시간 각각 1회 영업할 수 있게 됐다. 카풀 운전자도 전업이 아니어야 한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 카풀 TF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합의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 카풀 TF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합의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기존 택시에 신사업 참여할 길 열려 

또 한가지는 양보의 결과로 기존 택시 업계에 신사업의 길이 열렸다는 점이다. 대타협기구는 이날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떤 규제를 혁신한다는 것인지, 플랫폼 택시가 어떤 영업형태를 일컫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카풀 서비스에 기존 택시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최바다 카카오모빌리티 신사업팀장은 "현재 법인 택시의 절반 이상이 차고지에 머물고 있다"며 "택시 업계가 '남는 차로 플랫폼 사업을 같이 하면 안되느냐'는 요구가 있었는데 이번에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시, 타다와 경쟁하려면 외관·색상 등 규제 풀려야

기존 택시가 차량공유 서비스에 참여하려면 규제 혁신도 필수적이다. 최 팀장은 "'타다'가 인기를 끄는 건 차가 쾌적하고, 기사가 젊고 매너 있다는 점 두가지 때문이다"며 "기껏 불렀는데 담배 냄새 나는 꽃담황토색 택시가 오면 소비자 선호가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택시가 타다와 경쟁하려면 '택시스럽지 않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택시 규제 완화가 필수"라며 "카풀에 준할 정도로 규제가 개선되면 택시사업도 활기를 띌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는 운수사업법상 색상, 차종, 요금 등 다양한 규제를 적용 받는다. 요금이 묶여 있으면 여성 특화 서비스 같은 다양한 상품을 내놓을 수 없는데, 업계에선 카풀이 촉발한 이번 합의가 택시 산업 전반에 적용되는 규제들을 두루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타다 영업 차량. [중앙포토]

타다 영업 차량. [중앙포토]

택시기사 월급제로 처우 개선, 서비스 향상 기대 

플랫폼 택시는 결과적으로 '카풀 방식의 수익 모델을 기존 택시에 허용'한 셈이 됐다. 택시가 얼마나 변신해 카풀의 장점을 살리는지가 관건이다.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차가 필요한 수요자와 차량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수익이 보장되니, 콜 받는 차량이 자가용 영업자든 기존 택시 사업자든 상관없다.
이번 합의에는 택시기사 월급제도 포함됐다. 기사들은 일한 시간만큼 급여를 보장받게 된다. 손명수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택시기사 월급제가 제도로 정착될 계기를 마련한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택시기사에게 근로 시간 만큼 월급을 주도록 정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손 실장은 "택시 업계가 막판에 극적으로 월급제를 수용했다"며 "법이 통과돼 시행에 들어가면 택시기사의 처우가 나아지고, 서비스도 따라서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지원은 없다는 원칙이라 얼마나 현장에서 월급제가 원할하게 돌아갈 지가 관건이다. 박태희·박민제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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