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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사옥 ‘새벽 파쇄’…"정상적인 업무의뢰" 혹은 압수수색 대비?

중앙일보

입력

5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의 한 파쇄 업체. 파쇄 예정인 서류들과 파쇄 전 물품을 보관하는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편광현 기자

5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의 한 파쇄 업체. 파쇄 예정인 서류들과 파쇄 전 물품을 보관하는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편광현 기자

지난 5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한 파쇄 업체 마당에는 파쇄 예정인 서류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근처에는 파쇄 전 물품을 보관하는 컨테이너도 보였다. 이 업체는 지난달 28일 새벽 6시쯤 서울 마포구에 있는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 방문해 파쇄 물품을 수거해온 곳이다. 수거 작업은 이날 새벽 6시쯤 부터 2시간가량 진행됐다. 1t과 2t 차 한 대씩이 동원됐다고 한다.

이 시각은 빅뱅 멤버 승리(29·본명 이승현)가 경찰에 자진 출석해 8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직후라는 점, 보는 눈이 적은 새벽이라는 점에서 ‘증거 인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양현석 YG 대표는 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파쇄는 매년 3개월에 한 번씩, 분기별로 진행해온 절차"라며 "(물품은) 파쇄하지 않고 아직 업체에 보관 중이다”고 해명했다.

5일 해당 업체를 방문해 물어보니 “수거해온 물품들은 YG의 요청으로 창고에 보관 중이다”며 “현재 파쇄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쇄 업체 관계자는 새벽에 작업한 이유에 대해 “직원이나 팬들이 있는 시간을 피하기 위해 서로 협의한 것”이라며 “새벽에 한다고 해서 가격이 더 비싸지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보관 중인 파쇄 요청 물품은 대부분 종이 문서나 아이돌 ‘굿즈’로, 라면 박스 정도 크기의 박스 150여개다. 지난 1일 YG 직원들이 업체 창고를 방문해 보관 중인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파쇄 업체 내부 모습. 일반 파쇄와 달리 보안 파쇄는 실내에서 이뤄진다. 사진에 있는 컨베이어 벨트가 파쇄 기계의 일부다. 편광현 기자

파쇄 업체 내부 모습. 일반 파쇄와 달리 보안 파쇄는 실내에서 이뤄진다. 사진에 있는 컨베이어 벨트가 파쇄 기계의 일부다. 편광현 기자

이 업체는 주로 국회나 공공기관에서 많이 찾는 보안 파쇄 업체다. YG와 일한 것은 지난달 28일이 처음이다. 업체 측은 갑자기 YG의 파쇄 처리 작업을 맡은 것에 대해 "지난달 25일 YG 측이 먼저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업체 관계자는 "YG 측이'원래 하던 업체가 우리가 원하는 날짜에 안된다고 하는데 해당 날짜에 맞춰줄 수 있냐'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에 작업을 하기 위해 원래 해오던 곳이 아닌 새로운 곳에 일을 맡긴 것이다. 이에 대해 YG의 입장을 듣고자 여러 번 연락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의심스러운 정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검사는 “여론의 의심을 받을 만한 행동으로 수사 과정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에 있을 압수 수색에 대비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다른 법조계 인사는 “승리에 대한 의혹 외에도 세금과 관련된 업무 자료 등이 경찰 손에 들어갈 여지를 사전에 막으려 했다는 시도로 의심할만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YG가 파쇄업체를 부른 것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권유진·편광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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