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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볼턴 재수 없는 사람…인디언 죽이는 기병대장 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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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세현. [뉴시스]

정세현. [뉴시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의 배경에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합의 다 됐는데 악역 볼턴 등장”

정 전 장관은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첫날 만남 후) 기자들에게 ‘둘이서 한 얘기를 문서로 만들면 돈 내고 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합의가) 다 됐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갑자기 기류가 변한 이유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당시) 확대 정상회담으로 넘어가는 장면을 보니 난데없이 볼턴 보좌관이 앉아 있었다”며 “(그것을 보고) ‘불 지르러 들어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합의한 것인데 자신들이 만들고 깨는 식으로 할 수 없으니 볼턴 보좌관에게 악역을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러면서 볼턴 보좌관에 대해 “점잖지 못한 표현이지만,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매우 재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사람(볼턴 보좌관)을 보면 인디언 영화에 나오는 백인 대장 같다. 인디언을 죽이면서도 가책을 안 느끼는 기병대 대장 말이다”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을 시켜서 (협상) 문턱을 높이자 북측도 제재 해제도 좀 더 많이 해달라고 요구했을 것이다. 서로 문턱을 올리다가 거기서 더는 못 나간 것이다. 밤 사이에 이뤄진 의도된 노딜(No Deal), 결렬이었다”고 말했다.

“흥정 다 해놓고 도장만 찍으면 되는데, 워싱턴 국내 정치 문제가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게 속상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장에서) 판이 깨진 것처럼 만들었다”고도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북·미 협상이 곧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특사까지 갈 것은 없고, 지난해 5월 26일처럼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판문점에서 ‘원포인트 미팅’을 하는 방법이 있다”며 “문 대통령이 북·미 간 나눈 대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절충하고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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