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진실게임으로 번진 ‘송파구의회 의사봉 폭행 사건’ 쟁점 셋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월 21일 서울 송파구의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구의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회의 진행을 막고 있다. [사진 JTBC]

지난 2월 21일 서울 송파구의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구의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회의 진행을 막고 있다. [사진 JTBC]

지난달 21일 서울 송파구의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다 동료 의원에게 의사봉을 휘두르는 일이 벌어졌다. 맞았다고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 김장환 구의원은 특수폭행 혐의로 자유한국당 이배철 구의원을 고소했다. 이 의원은 오히려 김 의원이 다른 한국당 의원을 폭행했다고 반박하면서 사건은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구의원들, 왜 다퉜나?

이날 열린 송파구의회 본회의에 올라간 10개 안건 중 2건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하나는 구의회 상임위원 1명의 소속을 바꾸는 건으로, 민주당 이성자 의장이 직권 상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문제는 송파구 학교체육시설 사용료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다. 학교 운동장 등을 이용하는 조기축구회 등 생활체육 단체에 사용료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송파구 지역구 국회의원인 최재성 민주당 의원 측이 선거운동 중 '학교운동장, 체육관 사용료 전액지원'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자유한국당 측 제공]

송파구 지역구 국회의원인 최재성 민주당 의원 측이 선거운동 중 '학교운동장, 체육관 사용료 전액지원'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자유한국당 측 제공]

한국당 측은 이 조례안이 지역구 국회의원인 민주당 최재성 의원의 공약이라며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해당 조례안이 통과되면 혜택을 받는 한 배드민턴 클럽 회장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선거운동을 함께하기도 했다.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부결됐던 안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장환 의원 측 민주당 김호재 구의원은 “의장의 직권상정에 절차적 하자는 없다”며 “다만 도의상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한국당에 절충안을 제안했는데 그쪽에서 전혀 양보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조례안과 관련해서는 “최 의원의 구두 공약은 맞지만 전국 11곳이 시행하는 조례”라며 “통과되면 한국당 측이 불리해지니 형평성을 문제 삼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때렸나? 안 때렸나?

자유한국당 이배철 송파구의원이 의사봉을 들고 있다. [사진 JTBC]

자유한국당 이배철 송파구의원이 의사봉을 들고 있다. [사진 JTBC]

한국당 측은 ‘송파구의회 본회의장 내에서 발생한 김장환 의원과의 충돌 경위서’에서 “의장이 여야 협의 없이 직권상정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당 구의원들은 이날 ‘민주당은 의회민주주의 말살을 중단하라’는 현수막과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회의 진행을 강행하려는 의장과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두 의원 간 의사봉 사건이 벌어졌다.

한국당 측은 폭행을 부인하고 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의원이 ‘현수막 반입과 발언대 점거는 불법’이라는 원고를 낭독했다. 이 원고를 뺏으려고 하자 내 가슴을 쳤고, 의사봉을 뺏기지 않으려다가 의사봉이 위아래로 흔들렸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히려 민주당 의원이 욕설하며 한국당 이혜숙 부의장 얼굴을 강타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측은 “한국당 의원이 의사봉을 휘둘러서 정확하게 폭행했다”며 “맞는 소리도 났다”고 맞섰다. 이어 “민주당 의원의 욕설은 전혀 없었고, 부의장에게 ‘마스크 벗고 얘기하세요’라고 마스크에 손을 댄 것을 두고 얼굴을 강타했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폭행 당시 증거인 영상 자료 행방은?

당시 상황을 판가름해줄 구의회 공식 영상회의록은 사건이 벌어진 지 2주가 지난 5일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방청객이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영상만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양측은 서로 상대가 영상 공개를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측은 “한국당 분들이 못 올리게 하는 것 같다”며 “어떤 이유인지 홍보실에서 홈페이지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한국당 측은 “의장에게 모든 영상 자료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직 공개 안 하고 있다”며 오히려 답답하다는 반응이었다.

사건을 접수한 송파경찰서는 5일 “고소당한 이 의원과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이번 주 내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