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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 ‘개인 친목단체’ 되나…서울시교육청 “법인 설립허가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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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오른쪽부터)이 3일 서울시교육청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개학 연기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오른쪽부터)이 3일 서울시교육청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개학 연기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개학 연기 투쟁을 주도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를 강제 해산시키기로 결정했다. 법인 허가 취소가 확정되면 한유총은 동창회처럼 개인 친목 단체로 남게 된다. 사립유치원들이 한유총에서 대거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개학 연기 등 공익 해하는 행위로 판단 #사전통지, 청문 거치면 한 달 정도 소요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4일 “한유총 소속 유치원의 개학 연기가 실제 이뤄진 것으로 확인돼 교육청이 설립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한다”며 “5일 한유총에 이런 내용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유총은 서울시교육청의 허가를 받아 설립된 사단법인이기 때문에 설립허가 취소 권한도 서울시교육청에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4일 개학 연기를 결정한 사립유치원은 오후 12시 기준 총 239곳이다. 전체 사립유치원(3875)의 6.2%에 해당한다. 이중 221곳에서 자체 돌봄을 제공하고 있고, 서울이나 경기 등 일부 유치원이 개학 연기를 철회하면서 우려했던 보육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개학 연기를 강행하는 사립유치원이 있어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높은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이 한유총을 강제 해산시킬 수 있는 근거는 민법 제38조다. 이에 따르면 법인이 목적 외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 조건을 위반한 경우,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시교육청은 한유총이 4일 ‘유치원 3법’과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해 개학 연기를 강행한 게 공익을 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전날 수도권 교육감들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휴업(개학연기) 철회와 에듀파인(국가관리회계시스템) 무조건 수용 등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협상은 없다”며 “4일 개학연기를 강행하면 즉각 법에 따른 설립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4일 오전 경기도 용인의 한 공립병설유치원. 주변 사립유치원생을 돌볼 예정이었지만 원생이 한명도 오지 않았다. [중앙포토]

4일 오전 경기도 용인의 한 공립병설유치원. 주변 사립유치원생을 돌볼 예정이었지만 원생이 한명도 오지 않았다. [중앙포토]

사단법인 설립 취소 절차는 통상 한 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5일 한유총에 설립허가 취소 방침을 통보할 예정이다. 한유총은 이후 열리는 청문회에서 설립허가 취소에 대해 반박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설립 허가 취소가 결정되면 한유총은 행정심판·소송을 제기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전부터 한유총의 법인 설립 취소 여부를 논의 중이었다. 지난 1월 말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서 불법적인 정황이 여럿 발견됐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의 지위를 무효로 하고, 공금 횡령 등의 의혹이 발견된 전임 이사장 등 5명에 대해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당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수사 결과에 따라 한유총의 법인 설립 취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었다.

한유총이 법인 허가가 취소되면 소속 유치원들이 대거 탈퇴할 가능성도 있다. 법인 단체가 아니라고 한유총의 활동이 특별하게 제한받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에 사립유치원이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립유치원들이 최근 설립된 온건파 유치원 단체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임병하 대변인은 “아직 한사협에 가입하고 싶다는 유치원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의 결정에 대한 한유총 쪽 입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관계자들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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