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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 “폐원 투쟁” 정부 “설립 취소, 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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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에듀파인과 유치원 3법 등에 반대하며 ‘개학 연기’를 선언한 데 이어 집단 폐원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정부는 사립유치원들이 개학을 연기할 경우 한유총 설립을 취소하고 해당 유치원을 고발한다는 엄정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자칫하면 학기 초부터 일부 원생이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유치원 대란’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으로 전국 사립유치원 중 381곳이 개학을 연기하기로 했다. 전체 사립유치원 중 9.8%다. 그러나 무응답 유치원이 233곳에 달해 이들이 개학 연기에 참여할 경우 숫자는 614곳으로 늘어난다.

한유총 “개학 연기 1533곳 참여” #교육부 “연기 밝힌 유치원 381곳”

정부는 개학 연기를 철회하라고 요구했지만 한유총은 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개학 시점은 원장의 고유 권한이다”며 “계속 불법적으로 우리를 탄압하면 준법 투쟁(개학 연기)을 넘어 폐원 투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한유총은 국가 관리 회계 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을 의무화하는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유보하고 대화를 하자고 교육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대화를 환영하고 수락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을 것”이라며 “정당한 요구를 환영하기는커녕 사립유치원을 참살하려 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불통 장관을 넘어 위조 교육부 장관”이라고 비난했다.

한유총은 또 “교육부가 극소수만 개학 연기에 참여한 것처럼 숫자를 왜곡했다”며 1533곳이 개학 연기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와 교육청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우리는 일일이 유치원에 전화를 걸어 확인한 숫자다. 한유총이 발표한 숫자는 집단적 회유와 압박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유총 “협상하자” 교육부 “타협 없다” … 학기초 유치원 대란 우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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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이 폐원 투쟁까지 언급함에 따라 정부와의 갈등은 한층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서 2일 긴급 관계부처·지자체 회의를 열고 긴급돌봄체계를 가동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한유총에 개학 연기를 철회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6·25 때도 선생님들은 교육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개학 연기를 강행하는 유치원은 법령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한유총 행위가 교육 관계 법령 위반 소지가 크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시·도 교육감도 강력 대응에 나섰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등 수도권 교육감들은 3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유총의 단체 설립 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한유총은 서울시교육청 허가를 받아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민법 제38조에 따르면 공익을 해하는 법인은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며 “4일까지 불법 휴원을 강행하고 폐원 위협을 한다면 설립 허가 취소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교육감들은 개학 연기가 현실화하더라도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긴급돌봄 체계를 가동한다. 정부와 시·도 교육청은 4일 오전 모든 사립유치원에 교육청 직원 1명과 경찰 1명, 읍·면·동사무소 직원 1명으로 구성된 현황 파악팀을 파견해 개원 여부를 확인하고 긴급 상황에 대비하기로 했다.

한유총은 갈등 해소를 위해 정부와 협상을 요구했지만 교육부와 교육청 모두 “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굽히지 않고 있다. 유 부총리가 폐원의 자유를 요구하는 한유총을 향해 “유치원이 치킨집이냐”며 “타협은 없다”고 못 박은 데 이어 수도권 교육감들도 “교육단체로서 책무성을 망각하는 한 한유총과 대화는 없다”고 밝혔다. 에듀파인 수용과 유치원 3법 개정을 두고 한유총과 정부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남윤서·권유진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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