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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하게 울린 재난문자, 열어보니 '유치원 개학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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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기도 용인지역 유치원 학부모들이 3일 오후 용인시 수지구청 앞에서 개학 연기 유치원들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이날 개학 연기 투쟁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교육감들은 개학 연기를 강행하면 한유총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1]

경기도 용인지역 유치원 학부모들이 3일 오후 용인시 수지구청 앞에서 개학 연기 유치원들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이날 개학 연기 투쟁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교육감들은 개학 연기를 강행하면 한유총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1]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소속 유치원들의 무기한 개학 연기 방침을 밝히자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유총 ‘유치원 개학 연기’ 파장 #시·도 교육청서 긴급돌봄 제공 #홈피서 확인, 전화·e메일 신청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언제까지 우리 아이들이 볼모가 되어야 하나. 교육은 장사가 아님을 이번에 제대로 알게 해 달라’는 요지의 국민청원이 30건 넘게 올라왔다. 수원에 사는 아이 셋을 둔 아빠라고 밝힌 청원인은 “신혼부부가 아이를 기피하는 이유가 다양하겠지만 유치원도 마음대로 보내지 못하면 누가 아이를 행복하게 낳고 잘 키울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또 자신을 맞벌이하는 부모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살림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82쿡’에 “아이를 데리고 출근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결근할 수도 없지 않느냐”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회사에서 누가 저 같은 사람을 채용하겠나. 유치원도 원망스럽고 이런 상황을 만든 정부까지 원망스럽다”고 호소했다. 개학 연기 명단에 있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뒀다는 한 학부모는 맘카페에 “3년째 다니던 곳이라 어쩔 수 없이 보내고 있지만 지금까지 어떻게 조치한다는 문자 한 통도 없다”고 말했다.

한유총의 집단행동에 반대하는 학부모 시위도 열렸다. 이날 오후 3시 용인시 수지구청 앞에선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 규탄 시위’가 열렸다. 용인 지역은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29곳의 유치원이 개원 연기를 통보한 상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집회에는 100여 명의 학부모가 참가했다. 집회를 주도한 원미선 용인교육시민포럼 대표는 “용인뿐 아니라 인근 수원과 화성 지역 학부모까지 참여 의사를 밝힐 정도로 유치원의 개원 연기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일부 학부모들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라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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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 소속 유치원이지만 예정대로 문을 여는 곳도 적지 않다. 충남 지역의 한 유치원은 학부모들에게 “한유총 뜻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울분을 토해내고 싶은 심정”이라면서도 “그러나 개학을 연기하지 않고 정상 학사일정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개학을 연기하는 유치원 중에서도 수업은 진행하지 않지만 자체 돌봄 서비스를 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일부 유치원은 돌봄도 제공하지 않는다. 이 경우 각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긴급돌봄을 이용할 수 있다. 각 시·도 교육청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팝업창 또는 ‘공지사항’ 게시판에 개학 연기 유치원 명단과 함께 긴급돌봄 신청 안내문이 올라와 있다. 안내문에 따라 학부모는 각 지역교육지원청 담당자의 전화 또는 e메일로 돌봄을 신청하면 된다. 신청자 거주 지역에 따라 인근 공립유치원이나 초등돌봄교실, 국공립어린이집 등에 배정된다. 돌봄 시간은 지역·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오후 6시까지며 개학 연기 취소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가정 방문 아이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보건복지부와 함께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에 다니는 유아 를 둔 한부모·맞벌이 부모를 대상으로 가정 방문 돌봄서비스를 무상 제공한다. 하루 최대 9시간까지 운영된다.

한편 이날 오전 경기도교육청이 “돌봄이 꼭 필요한 경우 교육지원청 홈페이지를 통해 돌봄 신청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긴급재난(안전안내)문자’를 보내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이게 재난 문자로 보낼 일인가” “유치원 학부모 아닌 사람이 더 많은데 재난문자 발송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유치원생 키우는 입장에서는 재난과 다름없는 일이니 이해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김주영 경기교육청 대변인은 “‘아직 돌봄 신청을 하지 못한 가정이 있을지 모르니 적극 알리라’는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경기도에 협조를 구해 긴급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수원=최모란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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