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을 두고 예견된 결과였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표단 행동이나 표정 등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는 것이다.
심각한 표정의 김여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틀째인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호텔에서 35분간의 단독 회담 후 산책에 나섰다. 김 위원장을 최근접에서 ‘밀착 수행’하는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당시 두 정상이 조명받는 것을 방해하지 않으려 뒤로 숨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후 김 부부장은 회담장 밖에서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경호팀과 심각한 표정으로 무엇인가를 논의하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노출되기도 했다.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굳어진 이용호
이후 진행된 확대 회담 자리에선 김 위원장이 백악관 공동 취재진으로부터 ‘미국이 평양에 연락 사무소 개설하는 것이 준비됐냐’는 질문을 받자 이용호 외무상이 나서기도 했다. 이 외무상은 “지금 기자들을 내보내는 게 어떻겠냐”며 다소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김 위원장의 답변이 궁금하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짧게 답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제재 해제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결렬됐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정상회담이 열린 메트로폴호텔에서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은 채 각각 숙소로 복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숙소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연 회견에서 회담 결렬 이유를 놓고 “제재와 관련된 것이었다”며 “제재가 쟁점이었다. 북한에서는 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저희는 그러지 못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을 마친 뒤 예정됐던 출국 시간보다 2시간 정도 이른 오후 4시 전후에 전용기를 타고 귀국길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회담 뒤 숙소인 멜리아호텔로 돌아온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는 2일까지 베트남에 머물며 공식 친선방문 일정을 소화한 뒤 귀환할 것으로 전해졌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