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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 2’ 불균형 확대회담…‘수퍼매파’ 볼턴 앞자리 비워둔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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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미북 외교 안보라인 인사들이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미북 외교 안보라인 인사들이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진행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단독 회담을 종료한 후 배석자들과 함께 확대회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통역을 제외하고 미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4명, 북한에서는 김 위원장을 포함한 3명이 참석해 배석자 숫자가 ‘불균형’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미국 측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배석했지만 북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이용호 외무상 등 2명만 배석했다. 당초 배석할 것으로 추정됐던 이수용 노동당 부위원장은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대북 초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맞은편 자리를 비웠다. 그 배경을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통상 정상회담에서는 양측의 배석자 수를 동일하게 맞추는 것이 통상적 관례다. 지난해 6·12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미국 측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보좌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북한 측에서는 김영철 부위원장과 이수용 부위원장, 이용호 외무상이 참석했었다.

이날 확대회담의 자리 배치를 보면 폼페이오 장관 맞은편에 김영철 부위원장이 앉아 1차 회담 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앞에는 이용호 외무상이 앉았다. 볼턴 보좌관 앞은 비워 놨다. 김여정 노동당 1부부장이 배석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북한이 볼턴 보좌관의 맞은편 자리를 비운 것을 두곤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수퍼매파’로 불리는 볼턴 보좌관은 오랜 기간 북한 핵 문제를 다뤄 경험이 풍부하다. 대북 문제에 있어서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 왼팔 역할을 맡아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중동과 중남미 문제에 치중해와 북핵 협상에서는 한걸음 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얻었다. 다만 관계부처 간 논의를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NSC 사령탑으로서 지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볼턴 보좌관의 카운터파트를 배석시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카운터파트를 두지 않음으로써 볼턴 보좌관의 강경 발언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의도다. 1차 회담 당시 참석했던 이수용 부위원장이 볼턴 보좌관과는 급이 맞지 않는다는 의전상의 판단일 가능성도 있다. 이 부위원장은 북한 노동당 외교와 국제관계를 총괄하는 핵심 인사다.

이날 회담에는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매슈 포틴저 백악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앨리슨 후커 NSC 한반도 보좌관도 뒷줄에 자리했다.

북한 측 협상단을 이끄는 김 부위원장은 지난달 방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고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이견을 조율해온 북미 협상의 핵심 중의 핵심 인사다.

대남 문제를 다루는 통일전선부의 수장인 통전부장을 겸하는 김 부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 추진과 성사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왔고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에도 배석해 김 위원장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북측 인사다.

외교부 장관 격인 이용호 외무상은 비핵화 협상과 대미 문제에 정통한 인물이다. 다만 3인방 가운데 한명으로 오랜 기간 스위스 대사를 지내며 서방사회에 익숙한 이수용 부위원장은 확대회담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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