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하노이 옆방의 조력자·감시자, 이도훈 "영변 포함 희망적"

중앙일보

입력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중앙일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중앙일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교섭본부장은 25일 밤 10시가 넘어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인터콘티넨털 랜드마크 호텔에서 중앙일보 취재진과 마주쳤다.

한·일 대표, 같은 인터콘 호텔 옆방 투숙, #25일 심야 만찬 후 같은 시각 귀가 포착 #이도훈 "정상들이 결정할 몫이 있을 것" #비건에 김혁철 대표와 협상전술 등 조언, #일본 트럼프 'ICBM 스몰 딜' 감시자 역할

이 본부장은 “영변이 합의문에서 빠지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실무협상에서 다룰 사항과 윗선에서 정상들이 결정할 몫이 따로 있다”며 “여전히 결과를 희망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이 본부장보다 5분 앞서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같은 호텔에 도착했다. 그는 일본 기자들로부터 “스티브 비건 대표를 만났느냐”,“북ㆍ미 실무협상 결과를 전달받았느냐”는 질문 공세가 쏟아지자 먼저 객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 이후 이 본부장이 자신의 숙소인 69층으로 올라가자 엘리베이터 앞에 가나스기 국장이 할 말이 있었던지 기다리고 있었다. 한ㆍ일 북핵 협상 대표들이 같은 호텔, 같은 층 불과 10m 떨어진 방에 머물고 있었던 것.

양국의 베테랑 외교관인 두 사람은 김혁철 북한 대미 특별대표와 하노이 최종 실무협상에서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의 숨은 조력자였다. 닷새간 협상 과정에서 비건 대표, 알렉스 웡 부대표 등과 수시로 접촉하며 북한과 협상 진행에 대해 조언했다. 지난해 6ㆍ12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도 두 사람은 현지에 도착해 성 김 필리핀 대사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실무 협상 내용을 실시간 파악해 본국에 보고하는 동시에 미국 측이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 8월 말 특별대표에 임명되기 전엔 북한과 협상 경험이 전무한 비건 대표에게 한국ㆍ일본의 시각에서 협상 전략에 대해서도 자문하기도 했다. 이도훈 본부장은 2012년 6자회담 차석대표인 북핵기획단장을 지낸 뒤 청와대 외교비서관을 거쳐 2017년부터 6자회담 수석대표인 한반도 본부장을 맡아 왔다. 가나스기 국장은 2014년 주한 일본대사관 공사를 거쳐 2016년부터 일본의 북핵 수석대표 역활을 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의 반대급부로 제공할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해 한ㆍ일 두 나라의 입장차가 크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해선 북ㆍ미 관계 개선은 물론 종전선언과 남북 경제협력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본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일본은 종전선언과 향후 평화체제 수립 논의의 경우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처럼 한ㆍ미 연합훈련의 추가 중단이나 주한미군 축소가 거론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안보에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동결 또는 폐기에 초점을 두는 ‘스몰 딜’을 하지 않을까 가장 우려하는 것도 일본이었다.

가나스기 국장은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문제인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언급되길 바란다는 입장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가나스기 국장은 이번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조력자뿐만 아니라 감시자 역할을 한 셈이다. 한ㆍ일 두 나라의 미묘한 입장차 때문에 지난 24일 한ㆍ미ㆍ일 3국 협상대표가 회동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ㆍ미ㆍ일 공조를 복원하는 모습을 보이려 했으나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한ㆍ미, 미ㆍ일, 한ㆍ일 대표가 교차 협의를 통해 각자 자국의 입장을 비건 대표에 전달했다고 한다.

하노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