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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철도 역사 내 매점운영자 사업자 아닌 근로자”…‘친노동 판결’ 잇따르나 주목

중앙일보

입력

철도 역사 내 편의점 사진. 본 이미지는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철도 역사 내 편의점 사진. 본 이미지는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철도 역사 내 매점운영자들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앞서 1·2심에서는 매점운영자를 코레일관광개발(코레일)과 계약을 맺은 독립사업자라고 봐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을 두고 “대법원이 노동자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법, 1·2심 판결 뒤집고 근로자로 인정 #노조법상 근로자?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매점, 어느 정도 코레일의 지휘 감독 받아"

지난 2015년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코레일 측에 단체교섭 및 임금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코레일 측은 “독립사업자인 매점 사업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노조라고 보기 어렵다”며 교섭 공고를 거부했다. 중앙노동위원회 등은 철도노조의 손을 들어주며 코레일에 “교섭 공고를 하라”고 했으나, 코레일 측은 “중노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쟁점은 매점운영자를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근로기준법상으로 따진다면 매점운영자는 근로자로 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노동조합에 관련된 사건인 만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인지가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앞서 1993년과 2006년 판례를 통해 “노조법상 근로자란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자”라며 “그 사용종속관계는 노동공급계약이 어떤 형태이든 상관없이 사용자와 노무 제공자 사이의 지휘, 감독관계의 여부, 보수의 노무대가성 여부, 노무의 성질과 내용 등 그 노무의 실질관계에 의해 결정된다”고 밝혔다.

사실상 해당 판례만 보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큰 차이가 없다. 이에 따라 1심·2심은 매점운영자가 코레일과 사용종속관계에 있기보다는 자율권이 있는 독립운영자라고 판단했다. 하급심은 판결문을 통해 “매점운영자들의 기본적인 업무 내용, 업무시간 및 장소는 이 사건 용역 계약에 의해 정해진 것이고 그 업무 내용 등이 코레일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해진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판단했다. 근로기준법은 개별적인 노사관계를 규율하기 위한 법안이지만 노동조합법은 근로자의 노동 3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1·2심과 달라진 근거는 2018년 대법원 판례였다. 당시 대법원은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 등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은 경제적·조직적 종속성을 주된 판단요소로 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근로자성 판단 기준은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는지 ^사업자가 보수 등 노무제공자와의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 시장에 접근하는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등이었다.

매점운영자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이 기준에 따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휴무일을 보고하고 계약권이 사측에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매점운영자들은 어느 정도 코레일의 지휘 감독을 받았던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한 대형로펌의 노동 분야 변호사는 “2018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근로자성을 판단하게 된다면 기존 근로자보다 보호법익 아래 놓이는 근로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대다수의 노동 문제가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노동조합법으로 판단되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하급심 판결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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