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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北매체, 김정은 하노이행 신속보도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평양역 환송행사에서 손 흔드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과 같은 날 노동신문 1면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연합뉴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24일 평양역 환송행사에서 손 흔드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과 같은 날 노동신문 1면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연합뉴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 출발 소식을 신속보도했다. 과거 최고지도자의 신변 안전을 이유로 동선을 공개하지 않은 것과 비교할 때 이례적이다.

조선중앙통신은 24일 오전 6시 5분쯤 김 위원장이 “2월 27일부터 28일까지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하노이시에서 진행되는 제2차 조미 수뇌 상봉과 회담을 위해 23일 오후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구체적으로 전했다.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1면에 김 위원장의 베트남행 소식을 실었다. 노동신문은 전 주민이 볼 수 있는 매체로 대내외에 북한 소식을 알린다. 노동신문은 이날 보도에 김 위원장이 평양역에서 의장대 사열을 받는 모습, 열차에 오르기 전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4장도 함께 추가했다.

물론 김 위원장의 출발과 동시에 보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북한 최고지도자의 이동 경로 등을 비공개했던 북한 매체 보도와 비교된다. 과거 김정일 체제에서는 최고지도자의 공식 활동이 완전히 종료될 때까지는 보도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었다.

김정은 집권 이후 공식 일정이 끝나기 전에 보도가 가능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실시간 보도는 불가능했다.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때도 김 위원장이 6월 10일 항공편으로 평양에서 출발한 소식을 다음 날 싱가포르 도착 소식과 함께 내보냈다.

이와 비교할 때 이날 북한 매체들의 보도는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열차로 베트남에 도착하려면 무려 이틀이나 남았음에도 김 위원장의 행적을 과감하게 밝힌 셈이다.

북한 매체의 보도 행태 변화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김 위원장의 신변 안전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의 장기간 공백에도 내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또 이번 정상회담에 국제사회 주목이 쏠리는 만큼 다른 나라 정상외교의 일반적 관행과 국제사회의 보도 관행을 따라가려는 의지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유학 등으로 외국 문물을 익힌 김 위원장과 그의 여동생이자 김정은 정권의 홍보 업무를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열린 마인드’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외신 등을 통해 이미 김 위원장의 동선이 알려질 텐데 굳이 침묵하며 감출 필요 없다는 인식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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