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이 1년 만에 83조8000억원 늘었다. 증가세는 다소 주춤해졌지만 여전히 ‘위험 수위’로 지적됐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은 전년보다 5.8% 늘어난 1534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가계대출에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아직 갚지 않은 돈(판매신용)을 포함한 금액이다.
지난해 가계신용 증가율은 2013년(5.7%) 이후 가장 낮았다. 연간 증가 규모로는 2014년(66조2000억원)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100조원을 밑돌았다.
지난해 가계 빚 증가세가 주춤한 것은 가계대출 규제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9ㆍ13 부동산 대책에서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사실상 차단했다. 이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해 돈줄을 바짝 죄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가계 빚 증가 규모는 20조7000억원으로 1년 전(31조600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분기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4분기(10조2000억원) 이후 증가 규모가 가장 작았다.
하지만 가계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는 가계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여전히 빠른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가계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2017년(4.5%)과 비슷하다고 보면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보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계 빚 중 금융회사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444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4조4000억원(5.4%) 증가했다.
그중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713조1000억원으로 52조4000억원(7.9%) 늘었다. 1년 전(43조3000억원)보다 증가 규모가 컸다. 2∼3년 전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며 잔금 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수요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아파트 입주 물량은 45만4000가구로 1년 전(38만7000가구)보다 증가했다”며 “정부가 관리하는 주택도시기금의 전세자금대출이 은행 재원으로 전환되며 은행 가계대출이 늘어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ㆍ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320조7000억원으로 6조8000억원(2.2%) 늘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었다.
보험ㆍ카드사 등 기타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3조4000억원 감소한 410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판매신용 잔액은 90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9조4000억원(11.6%) 늘었다. 2017년(8조1000억원)보다는 증가 규모가 다소 확대됐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