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탁현민 한 달 만에 청와대 컴백…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 위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탁현민

탁현민

청와대는 사표를 내고 떠난 탁현민(46·사진) 전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대통령의 행사기획을 돕는 자문위원으로 위촉한다고 21일 발표했다.

야당 “사퇴쇼하더니 무슨 꼼수냐”

탁 위원은 지난달 7일 사표를 제출하고 같은 달 10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출근하지 않았다. 탁 위원은 2016년 6월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과 함께 문 대통령의 네팔 히말라야 트래킹에 동행했던 대통령 최측근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자신의 저서에 드러난 성의식이 논란이 되서면서 줄곧 야권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아 왔다. 결국 사표를 냈지만 그를 다시 자문위원으로 청와대에 끌어들인 건 그만큼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자문위원은 무보수 명예직”이라며 “탁 위원은 그동안의 경험을 앞으로도 소중하게 쓰기 위해 위촉했다”고 설명했다. 탁 위원은 오는 3~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탁 위원의 능력만 놓고 보면 역량이 부족하다고 할 수 없다”며 “지난해 2월 위촉한 유홍준 광화문시대 자문위원을 해촉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과제별 자문위원을 위촉한 것”이라고 말했다.

탁 위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동안 세계 여러나라의 국빈행사장과 이런저런 의전 행사 장소를 둘러보았지만 고백하건데 아마도 우리나라의 영빈관이 가장 최악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날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 “블랙리스트란 어떤 공연 연출가가 다만 맘에 들지 않는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했다는 이유로 밥줄을 잘라버리고 자유한국당 집권 내내,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감시하고 사찰하여 공연장 섭외조차 어렵게 만들어 제주도에서 낚시밖에는 할 일이 없게 만든 후 결국엔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며 “당해봐서 알고 있다. 이런 것이 블랙리스트”라고 적었다.

탁 위원의 청와대 컴백에 대해 노영관 바른미래당 상근부대변인은 “현 정부를 옹호하고 나선 명분 없는 등장은 무슨 꼼수냐”며 “첫눈 운운에 눈물겨운 사퇴쇼를 펼친 보여주기 쇼의 달인인 탁현민이 또 무엇을 준비하며 국민의 눈을 속이려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고민정 부대변인을 선임행정관(2급)에서 비서관(1급)으로 승진시켰다. 김 대변인은 “대변인실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고 부대변인 역시 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직접 영입하는 등 애정을 갖고 있는 인사다. 고 부대변인은 지난해 2월 부대변인 위상 문제로 고민하다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는데, 당시 문 대통령은 경내를 산책한 뒤 “열심히 하세요”라는 말만 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는 현행 고위공무원단 정원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다른 비서관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