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3배로 … '감시의 눈'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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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나 사진으로 표현된 '감시의 눈길'도 사람들에게 심리적 압력을 가해 정직하게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BBC와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는 영국 뉴캐슬대 연구팀이 영국 왕립학회의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 최신호에 발표한 내용을 28일 보도했다.

뉴캐슬대 연구팀은 교직원용 구내식당에 있는 자율 계산대를 이용해 실험을 했다. 커피.우유.차 같은 음료를 꺼내 마시고 그 비용을 스스로 돈 통에 넣도록 하는 것이었다. 사실 자율 계산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운영돼 오고 있던 것이었다.

실험을 위해 달라진 음료 종류와 가격을 붙인 메뉴판 위에 한 주는 감시하는 의미를 담은 사람의 눈 사진을 붙이고, 다른 한 주는 꽃을 그린 그림을 붙여 놓은 것이었다. 사진과 그림은 매주 바뀌었지만 주제는 사람 눈과 꽃으로 같았다.

결과는 연구팀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사람 눈 사진을 붙여놨을 때 걷힌 돈이 꽃 그림을 걸어놨을 때 걷힌 돈의 2.8배에 달했던 것이다. 실험을 주도한 멜리사 베이트슨 박사는 "진짜 감시의 눈길이 아닌 그림이나 사진이라도 사람들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인간의 뇌가 그림으로 된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얼굴을 보고도 무의식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돈을 별로 들이지 않고도 사람들의 반사회적 행동을 줄이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속도위반 카메라 경고나 가짜 카메라 대신 사람의 눈 사진을 붙여 놓는 게 더 효과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비슷한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중교통 요금을 받는 곳에 눈 포스터를 붙이는 방법 등이다. 눈 사진 중에서도 어떤 표정의 사진이 가장 효과적인지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해 하버드대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에선 자선기금 통 옆에 사람 모양의 로봇을 갖다놓자 로봇이 없을 때보다 돈이 30%가량 더 걷힌다는 점이 확인되기도 했다.

당시 연구팀은 96명의 사람을 두 그룹으로 나눠 절반은 로봇이 있는 가운데 돈을 넣도록 했고, 절반은 그냥 돈을 넣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하버드대 연구팀은 인간 뇌의 특정 부분이 로봇이 쳐다보는 시선을 사람의 것으로 의식해 행동을 조절했다는 주장을 폈다.

뉴캐슬 연구팀은 하버드대의 실험과 이번 연구 결과로 볼 때 인간은 누군가 지켜보고 있을 때 더욱 선한 행동을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이타주의가 자발적이 아니라 좋은 평가를 받아 본인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는 나쁜 평가를 받아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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