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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딸 北에 송환된 조성길···한국 오란 말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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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초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잠적한 조성길 대사 대리.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초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잠적한 조성길 대사 대리. [AP=연합뉴스]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의 딸이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에서 평양으로 송환됐다고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말했다. 조 전 대사대리는 지난해 11월 말 이탈리아 공관을 이탈해 잠적해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20일 AFP통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태 전 공사는 “고등학생으로 추정되는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이미 지난해 11월 북한으로 압송됐다는 소식을 지인을 통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은 조성길의 동향이 이상하다고 판단하고 즉시 외교관을 붙여 조성길의 딸을 비행기로 베이징을 통해 평양으로 들여보냈다”면서 “지난 한 달 동안 다양한 경로로 해당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조성길에게 한국으로 오라고 더는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에서는 (탈북민이) 한국으로 오면 혁명의 배신자·변절자라며 가족들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이고,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서 조용히 살면 처벌 수위를 낮춘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현재 조 전 대사대리는 부인과 함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태 전 공사는 조 전 대사대리의 잠적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달 ‘북한 외교관 조성길 가족 한국행 지지 시민연대’를 결성하며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과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특히 유엔에 조 전 대사대리의 신변 보호 조처를 요구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주한 이탈리아 임시 대리대사 등에게도 편지를 보냈다. 태 전 공사는 “어디서도 답을 주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이해가 간다”면서 “조 전 대사대리의 딸 문제 때문에 침묵을 지킨 것이고, 나도 이제 침묵을 지켜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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