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母情 처벌말라" 프랑스인들 동정 물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아들 벵상(22)의 고통을 끝내려고 독극물을 투입했던 어머니 마리 움베르(48)의 이야기(본지 9월 27일자 12면)가 프랑스인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3년간 벵상을 치료해온 의료진은 26일 인공호흡기를 떼냈다. 마리가 투입한 독극물로 혼수에 빠진 벵상의 상태를 36시간 지켜본 뒤 내린 결정이었다. 곧 심장은 박동을 멈췄다.

벵상은 오래 전부터 "목숨을 끊어달라"고 부탁해왔다. "사랑한다면 꼭 그렇게 해줘, 엄마"라고 부탁했고 마리는 "그러마"라고 눈물로 다짐했다. 모자는 3개 계획을 세웠다. 우선 벵상은 유일하게 움직이는 오른손 엄지로 자크 시라크 대통령에게 "안락사를 허용해 달라"고 편지를 썼다.

그러나 허락받지 못했다. 좌절된 모자는 벨기에 같은 안락사가 허용된 나라로 떠나거나 여의치 않으면 어머니가 안락사를 해주기로 했다. 결국 마리는 마지막 방법으로 아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프랑스 검찰은 마리에 대한 기소를 머뭇거리고 있다. 여론도 동정으로 기운다. 벵상의 아버지이자 마리의 전 남편도 "나라도 벵상의 뜻에 따랐을 것"이라며 두둔했다. 벵상은 전날 출간된 자신의 책에서 마지막 부탁을 했다. "어머니를 비난하지 마세요. 그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증거이니까요."

파리=이훈범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