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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판사가 무죄 주장하는 근거…"알코올농도 상승기"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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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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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이 적발돼 재판에 넘겨진 현직 판사가 "측정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조아라 판사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충청지역 지방법원 소속 A판사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A판사 측 변호인은 "음주 측정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56%였던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음주 종료 시점과 측정 시점 사이에 간격이 있어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해당해 (실제론 면허 정지 기준을) 초과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A판사 측 주장대로 실제 음주운전 적발 사례 중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가 고려돼 법원에서 무죄판단을 받는 경우도 있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음주 후 30~90분 사이에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고 그 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전을 종료한 때가 상승기에 속하면 운전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는 더 낮을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A판사 측은 이런 판례를 고려한듯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이랑 근소하고 유사하다는 점을 참고해달라"면서 "관련 영수증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A판사는 최종 의견을 묻는 질문에 "따로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음주 측정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가 지났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A판사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판사는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다음달 18일 오전 10시에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A판사는 지난해 11월27일 오후 11시20분쯤 서울 강남 일대에서 술을 마신 뒤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당시 A판사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56%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A판사는 벌금 100만원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약식명령은 재판 없이 벌금·과태료 등 처분을 하는 절차다. 약식명령을 받은 당사자는 불복할 경우 약식명령문을 송달받은 후 일주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사건 심리를 담당하는 조 판사는 지난달 16일 혈중알코올농도 0.072%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37)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 판사는 "B씨가 운전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이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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