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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자진출석한 파인텍 노조원 "굴뚝 농성 후 불면증 시달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1일 파인텍 노동자인 홍기탁(오른쪽)·박준호씨가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75m 높이 굴뚝에서 426일째 농성을 끝내고 내려와 소감을 밝힌 뒤 눈물을 흘리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1일 파인텍 노동자인 홍기탁(오른쪽)·박준호씨가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75m 높이 굴뚝에서 426일째 농성을 끝내고 내려와 소감을 밝힌 뒤 눈물을 흘리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426일간 고공농성을 벌였던 전국금속노동조합 파인텍지회 홍기탁(46)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46)이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두 사람은 18일 오후 2시 양천경찰서에 변호사를 대동해 출석했다. 홍 전 지회장은 조사 전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 성실히 조사 받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2017년 11월 12일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랐다. 지난달 11일 파인텍 노사 교섭이 극적으로 타결돼 426일간 농성 끝에 굴뚝에서 내려왔다.

농성으로 열병합발전소를 가동하지 못했던 서울에너지공사는 두 농성자를 업무방해·건조물 침입 혐의로 고소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한 사람당 하루에 50만원씩 약 3억원의 퇴거강제 부과금도 내야 하는 상태다.

경찰은 지난해 3월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굴뚝에서 생활한 두 농성자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교섭이 성사된 이후에 자진 소환에 응하겠다는 확약서를 받고 병원에 입원토록 조치했다.

변호를 맡은 김유정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는 “오늘 경찰 조사에서는 두 노동자가 굴뚝에 올라간 경위와 굴뚝 농성의 양태에 대해서 조사를 받았다”며 “부과금 3억원을 집행할지 안 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성자들의 건강 상태에 대해 김 변호사는 “박 사무장은 녹내장이 있다. 두 사람 다 굴뚝 농성 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고 근육도 회복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75m 높이의 굴뚝 위 폭 80㎝ 정도 공간에서 오랜 기간 버틴 홍 지회장과 박 사무장은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다. 특히 농성 후반부에는 단식까지 돌입해 몸무게가 줄고 체력도 저하된 상태였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홍 지회장은 “(건강은) 괜찮다”고 말했다.

양천서 관계자는 “고소 내용만 확인하면 되기 때문에 에너지공사 측 소환은 따로 필요 없다”며 “불구속 입건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파인텍 모기업인 스타플렉스는 2010년 스타케미칼이라는 폴리에스테르 섬유 원사를 생산하는 업체인 한국합섬을 인수했고, 2013년 1월 직원들을 대량 해고했다. 한국합섬 출신인 차광호 지회장은 스타플렉스의 결정에 반발, 14년 5월 27일 45m 높이의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 올랐다. “한국합섬 출신인 파인텍 노조 조합원 5명을 스타플렉스 공장에 고용해달라”고 요구하며 408일 동안 농성을 벌였다.

이후 노사가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했지만,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은 “당시의 약속을 이행해달라”며 지난해 11월 12일 다시 굴뚝에 올랐다. 이 농성보다 더 길었던 고공시위는 없었다.

박해리·이병준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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