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센터 재검토 말도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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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8일 내소사에서 주민 수십여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던 전북 부안군 김종규(金宗圭)군수는 정부 일각의 '원전센터 원점에서 재검토' 움직임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목청을 높였다.

그는 28일로 3주째 전북대 병원에 입원 중이다. 내려 앉은 코뼈 수술로 얼굴에 거즈를 붙인 채 세수도 못하고 있다. 金군수를 단독으로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현재의 심경은.

"오른쪽 갈비뼈에 금이 가고 폐가 찢긴 데다 코뼈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어 처음 며칠은 정신마저 오락가락 했다. 이제는 많이 회복돼 며칠 전부터 밥을 먹고 있다. 자유롭게 주민들을 만나 옛날처럼 '형님' '동생'하며 등도 두드리고 따뜻한 인사를 건네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게 가장 안타깝다."

-그날 상황을 다시 한번 얘기해 달라.

"내소사의 큰 스님께서 추석을 며칠 앞두고 '명절도 되고 해 군청을 방문하겠다'고 전화를 해와,'제가 가겠습니다'고 말한 뒤 사찰을 방문했다. 한 군의원이 와서 '대표들과 대화를 하자'고 요구해 '철회를 전제로 한 얘기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시 '우리들 의사만 전달하겠다. 장소는 밀실이 아닌 군민들이 보는 광장서 하자'고 제안해 절 마당으로 나갔다."

-왜 폭력사태로 돌변했나.

"마이크를 들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 주세요. 사찰이니 구호는 자제합시다'고 얘기를 하던 중 돌멩이 하나가 날아 들었다. '내게 돌.계란을 던져 마음이 풀릴 수 있다면 던지십시오. 원전센터가 폭발할 수도 있고 주변에 살면 기형아를 낳고 농산물을 먹을 수 없는 위험한 것이라면 어떻게 군수가 나서 유치 신청을 하겠습니까'하고 말했다. 한 주민이 마이크를 빼앗아 '×××가 하는 말은 들을 필요없다. 내 보내자'고 해 주민들 사이로 걸어 나오던 중 몰매를 맞았다."

-'원전센터 원점 재검토'등 얘기는 들었나.

"재검토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 자체가 유감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해 보니 정부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다짐을 받았다. 17년간 끌어온 국가 난제를 푸는데 한목소리를 내도 시원찮을 판에 다른 소리가 나오고 손발 안맞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말 문제다. 대통령이 수차례에 걸쳐 강조한 사업인데 정부가 일관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 아닌가."

-후보지 확정 이후 정부가 '나몰라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주민들에 대한 홍보와 설득, 당초 약속한 지역발전 청사진 제시 등 모든 짐을 부안군에 떠넘긴 느낌이다. 이런 자세라면 앞으로 어느 누가 어렵고 힘든 국책사업을 맡겠다고 나서겠는가."

-원전센터 유치에 대한 현재 입장은.

"편하게 군수직을 수행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역발전을 위해 양성자가속기 유치 기회를 외면할 수가 없었다.(정부는 원전센터 유치지역에 연 1조원 가량의 부가가치를 내는 양성자가속기 시설 건립을 약속한 상태다) 물론 원전센터의 안전성도 확신했기 때문에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정부가 철회하지 않는 한 절대로 사업을 포기하지 않겠다."

-앞으로 계획은.

"당초 5~6주 진단이 나왔지만 가슴 통증만 가시면 1~2주 내 사무실에 출근해 원전센터에 대한 이해와 설득작업에 발벗고 나설 작정이다. 주민들도 무작정 반대할 게 아니라 전문가 얘기를 들어보고 기존 시설을 둘러 확인한 뒤 '정말 나쁘다'는 판단이 서면 그때 반대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날 일부 주민은 자동차에 시너를 뿌리고 그 안으로 김군수를 밀어 넣으려고 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김군수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가면서도 '사찰에서 바로 병력을 철수시켜 주시오. 주민들이 다치면 절대 안 됩니다'고 되뇌었다고 한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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