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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자녀가 매슥매슥·어질어질? 방치하면 만성 두통으로 고생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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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두통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 특히 소아·청소년의 경우 배가 아프고 머리가 어지러운 ‘꾀병’ 같은 증상이 알고 보면

소아·청소년 두통 관리법

두통 때문일 수 있다. 반복되는 두통은 학업 성적을 떨어뜨리고 우울·불안 등 정신 질환의 위험을 키운다. 어린 시절 두통을 방치했다가 치료가 어려운 만성 두통으로 악화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새 학기를 맞아 소아·청소년 두통의 특징과 관리법을 알아봤다.

소아·청소년 두통은 지속 시간이 짧고 복통·구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이 발생하는 상황·빈도 등을 기록해두면 조기 진단·치료에 도움이 된다.

소아·청소년 두통은 지속 시간이 짧고 복통·구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이 발생하는 상황·빈도 등을 기록해두면 조기 진단·치료에 도움이 된다.

두통을 흔히 성인의 전유물로 여기지만 소아·청소년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 초·중·고등학생 5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1년 내 반복적인 두통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0명 중 3명(29.1%)에 달했다(미국두통학회지, 2012). 고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변정혜 교수는 “학업 스트레스와 우울증, 스마트폰 사용 등 두통의 유발·악화 원인이 다양해지면서 머리 아픈 아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 10명 중 3명 두통 호소

문제는 소아·청소년의 두통을 진단하는 게 까다롭다는 점이다. 이유는 첫째, 특별한 원인 없이 나타나는 1차성 두통이 많다. 편두통, 긴장성 두통이 대표적이다. 1차성 두통은 뇌 신경·혈관이 불필요하게 자극받거나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해 발생하는데, 혈액검사나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으로는 이를 파악할 수 없어 ‘꾀병’으로 오해하기 쉽다.

둘째, 증상이 다양하다. 특히 소아·청소년의 편두통은 머리 한쪽이 아닌 전체가 아프고 두통과 함께 구역·구토 등 소화기계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초 발표된 대한두통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두통 환자의 절반 이상(58.4%)이 메스꺼움·식욕부진·눈부심 등 관련 없어 보이는 증상을 함께 경험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은숙 교수는 “편두통은 일종의 뇌 신경 염증 반응으로, 두통 유발 물질이 구토 중추를 자극하거나 감각기관의 과민반응을 일으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아이들은 자신의 증상을 표현하는 게 서툴고 성인보다 통증 지속 시간이 짧아 부모도 두통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통을 방치하는 사이 아이의 몸과 마음은 병들어간다. 집중력이 저하돼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고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기 어려워 우울·불안 등을 경험할 위험이 커진다. 변 교수는 “두통으로 인한 활동량 감소와 수면 부족, 우울증 등은 아이의 성장 발달을 방해할 뿐 아니라 두통 자체를 악화하는 요인”이라며 “제때 관리하지 않으면 뇌 신경이 예민하게 변해 한 달에 15일, 3개월 이상 두통이 지속되는 만성 두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만성 두통은 항경련제·항우울제 같은 독한 약을 6개월 이상 먹어야 하는 데다 치료 후에도 재발하기 쉽다. 전문가들이 두통의 빠른 진단·치료를 강조하는 이유다. 서 교수는 “편두통은 어머니로부터 자녀로 대물림되는 가족력이 있어 사전에 이를 파악해두는 게 좋다”며 “아이에게 두통·복통 등이 나타나는 상황과 강도·빈도 등을 두통 일지로 기록해두는 것도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두통을 관리하려면 약물치료와 주변 환경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학교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소아·청소년 두통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교사·친구와의 관계, 학업에 대한 부담이 두통의 스위치를 켠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아이의 고민을 들어주고 필요한 경우 학습량을 줄이는 등 조치를 해야 한다.

약물 복용, 주변 환경 개선 병행 치료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프랑스에서 소아·청소년 두통 환자 102명을 대상으로 연구(2012)한 결과, 수면 부족이 스트레스 다음으로 두통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변 교수는 “두통을 예방·관리하려면 평균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해야 한다”며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수면 시간이 줄 뿐 아니라 등·어깨가 경직돼 두통이 심해질 수 있어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진통제는 통증이 나타난 직후 먹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김병건 대한두통학회장(을지병원 신경과)은 “통증을 무조건 참으면 스트레스가 가중돼 오히려 두통이 심해질 수 있다”며 “진통제는 두통이 발생할 때 가급적 빨리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단 진통제를 너무 자주 먹으면 오히려 약물 과용 두통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변 교수는 “한 달에 다섯 번 이상 진통제를 먹어야 할 정도의 두통이 나타나면 만성화되기 전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아침에 두통이 심하거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동반될 때도 뇌 질환이 아닌지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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