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하지 않고 여자아이 다섯 명을 입양해 친자식 못지 않게 정성껏 키운 김점순(72.경기도 이천시)할머니. 그래서 동네에선 그를 '아이들의 천사'라고 부른다. 할머니의 경력을 잘 아는 사람들은 천사라는 말 대신 '김 계장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천에서 1남2녀의 막내로 태어나 경기도 이천군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복지아동계장까지 역임한 연유에서다. 할머니가 공직에 있을 당시만 해도 여성이 계장 자리까지 오르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1972년 첫 아이를 입양했다. 눈이 하얗게 온 어느 겨울날 누가 문을 두들겨 나가보니 한 여자아이가 울고 서 있었다고 한다. 다음날 할머니는 수소문 끝에 부모를 찾아 아이를 돌려보내려 했다. 하지만 아이 부모가 형제들이 너무 많아 키우기 힘들다며 맡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바람에 기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아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마흔이 넘어 아들 형제를 낳은 엄마가 됐다. 둘째와 셋째는 보육원에서 만났다. 군청 복지아동계장으로 일하며 업무차 보육원을 둘러보러 갔는데 아이들의 까만 눈동자가 어찌나 눈에 밟히던지 그냥 돌아설 수 없어 데려다 키우게 됐다고 했다.
넷째는 보육원이 아닌 이웃돕기 방문 과정에서 만났다. 그 아이는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었는데 정에 굶주렸는지 헤어질 때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떨어지기 싫다고 해서 맡게 됐다.
할머니는 "길거리에서 처음 만난 막내는 1년은 씻지 못한 듯 꼴이 말이 아니었다"며 "그때 든 생각이 넷도 기르는데 다섯은 못 기르겠냐는 생각으로 막내를 입양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은 시집가서 딸을 낳고 몸이 불편한 할머니의 집에 자주 찾아와 집안 일을 거들고 있다고 한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로 한때 수녀가 되고 싶었다는 할머니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들의 입양을 '하나님이 내게 주신 축복'으로 여기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 밥이나 먹였지 제대로 해준 것이 없다"면서 "자기들이 알아서 컸을 뿐이고 오히려 아이들 때문에 내 인생이 행복했다"며 주변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다.
할머니는 3년 전부터 신장이 급격하게 나빠져 요즘 일주일에 세번씩 투석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다섯 딸과 사위들의 병 간호, 손주들의 재롱에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경기도의 훌륭한 어머니'로 선정돼 다음달 11일 제 21회 경기도여성상을 받는다.
정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