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32강전 최고의 카드, 이세돌 vs 쿵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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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32강전
[제1보 (1~18)]
白 李世乭 9단 | 黑 孔杰 7단

삼성화재배 예선전은 장터와 같은 생명력과 신선함으로 넘쳐난다. 각국의 젊은 기사들이 함께 경쟁하는 이런 기회는 오직 삼성화재배뿐이다.

그 예선전엔 중국의 쿵제(孔杰.21)7단과 함께 중국 랭킹 1위로 뛰어오른 구리(古力)7단의 모습도 보였다. 치열하기 그지없던 예선의 화염 속에서 구리는 탈락하고 쿵제는 살아남았다.

8월 26일 유성의 삼성화재연수원에 세계32강이 모여 대진추첨에 들어갔다. 추첨 때 가장 피하고 싶은 인물은 물론 이창호9단과 이세돌9단.

이세돌의 상대로 쿵제가 정해졌다. 순간 쿵제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하는 듯했다.

그러나 쿵제는 이미 이창호.유창혁 등 한국의 강자들에게 승리한 경험이 있고 스스로 "한국 바둑을 넘어설 자신이 있다"고 호언했던 중국의 신인왕. 그는 잠시 후 입술을 깨물며 전의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8월 27일 오전 9시30분에 대국 개시 선언이 떨어졌다. 돌을 가려 이세돌9단이 백. 11까지는 순조롭게 흐르는 듯싶더니 李9단이 돌연 기상천외의 강수(백12)를 들고나왔다.

쿵제7단의 13은 온건하다. 그러나 검토실에선 <참고도> 흑1로 붙이는 강경책이 더 많이 거론됐다. 만약 백이 2,4,6으로 넘어간다면 이건 실전보다 흑이 더 좋다.

이게 싫어 백2로 4에 먼저 두어도 흑은 5로 막아 싸울 수 있다. 그러나 쿵제7단은 실전도 충분하다고 보고 선뜻 13부터 18까지의 결과를 수용했다. 18로 넘는 자세가 저위인 데다 A의 노림이 남아 있다는 게 흐뭇했던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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